[창간 78주년] 하수·폐수, ‘뉴워터’로 되살아나 가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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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는 생명‘水’] ②새롭게 태어난 물 ‘신생수’

하수·폐수, 3단계 다중여과공법 거쳐 ‘새로 태어난 물’로
처음엔 거부감 상당…국민 스스로 수질 평가, 인식 개선
3개 뿐이던 대형 저수지 17개 조성…모든 지역에 구축돼
빗물 집수 65%까지 상승, 홍수 예방에 레저·스포츠 활용

기후변화와 지하수 남용 등으로 제주에서도 물 부족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2년 뒤인 2025년부터 상수도, 2030년부터 농업용수 공급량이 수요보다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 재활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지는 물 재이용 선진국인 싱가포르와 일본이 추진하는 물 관리 정책들을 다섯 차례 걸쳐 소개하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싱가포르 베독에 있는 뉴워터 방문자 센터 모습.
싱가포르 베독에 있는 뉴워터 방문자 센터 모습.

▲하수가 마시는 물로 태어난다=뉴워터(NEWater)는 하수가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한 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새로 태어난 물’이란 뜻을 담고 있다. ‘신생수(新生水)’라고도 불린다.

싱가포르에는 5개의 뉴워터 공장이 있다. 이들 공장에서 하루 22만8000t의 물을 생산해 싱가포르 전체 물 수요의 30%를 충당하고 있다.

뉴워터는 DTSS(대심도 하수처리터널, Deep Tunnel Sewerage System)에서부터 시작된다.

길이 48㎞, 땅속 10~20m 깊이에 있는 DTSS는 가정이나 공장 및 산업시설 등에서 나온 하수와 폐수를 모아 일부를 뉴워터 공장으로 보낸다.

지난 16일 본지가 방문한 베독 뉴워터 공장 옆 방문자 센터에서는 공장으로 보내진 하수와 폐수가 총 3단계 공정을 거쳐 ‘뉴워터’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하수와 폐수는 울트라 여과막을 이용한 초미세 여과와 역삼투압, 자외선 소독 등 3단계 다중여과공법을 거쳐 뉴워터로 만들어진다. 사진 아래 설비가 1단계 초미세 여과 설비, 사진 위 설비가 2단계 역삼투압 설비이다.
하수와 폐수는 울트라 여과막을 이용한 초미세 여과와 역삼투압, 자외선 소독 등 3단계 다중여과공법을 거쳐 뉴워터로 만들어진다. 사진 아래 설비가 1단계 초미세 여과 설비, 사진 위 설비가 2단계 역삼투압 설비이다.

하수와 폐수는 이곳에서 울트라 여과막을 이용한 초미세 여과와 역삼투압, 자외선 소독 등 3단계 다중여과공법을 거쳐 뉴워터로 만들어진다.

먼저 1단계 초미세 여과 과정에서는 텅 빈 관으로 물을 보내 관 곳곳에 0.04 마이크론 크기로 나 있는 구멍으로 나오는 물 분자들을 모두 모은다. 머리카락 굵기가 보통 80~100 마이크론 정도다.

그렇게 걸러진 물은 2단계 역삼투압 공정을 거치게 된다. 관에 강한 압력을 가해 고체 성분은 통과하지 못하게 하고, 1단계 때보다 100배 더 작은 0.0004 마이크론 크기의 구멍으로 빠져나오는 물을 걸러낸다.

2단계까지 과정만 거쳐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을 충족한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2단계까지 정화한 물을 판매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더 나아가 혹여 있을 수 있는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3단계 자외선 소독까지 진행하고 있다. 태양보다 빛이 100배 강하고, 온도가 800도에 달하는 자외선을 물에 쏘는 방식이다.

뜨거운 자외선을 그대로 쏠 시 물이 증발하는 만큼 높은 온도에도 견디는 램프에 가둬 정화된 물 위를 지나는 식으로 살균 처리를 한다. 이때 물에 닿는 자외선 온도는 60도까지 떨어진다.

싱가포르 베독 뉴워터 방문자 센터에서 안내사가 하수와 폐수가 뉴워터로 재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싱가포르 베독 뉴워터 방문자 센터에서 안내사가 하수와 폐수가 뉴워터로 재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싱가포르 베독 뉴워터 방문자 센터에서 안내사가 하수와 폐수가 뉴워터로 재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싱가포르 베독 뉴워터 방문자 센터에서 안내사가 하수와 폐수가 뉴워터로 재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외선 살균 처리가 끝난 물은 산성을 띄기 때문에 중성으로 맞춰주기 위해 수산화나트륨이 첨가된다. 

이렇게 3단계 과정을 거친 물은 순수 물 분자만 남게 된다.

싱가포르는 이후 아무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정화된 물을 저수지로 보내 미네랄 등의 성분이 함유되도록 한 뒤 이를 다시 정화해 45%는 상수원으로 국민에게, 나머지 55%는 공업 및 산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하수 재처리수를 먹는 것에 싱가포르 국민들이 처음부터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뉴워터를 국민에게 처음 선보였을 때는 2002년인데, 당시 화장실 물과 이 닦은 물을 다시 쓴다는 데 국민들의 거부감이 상당했다. 뉴워터의 90%도 공업 및 산업용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뉴워터 방문자 센터 안내사는 “당시 총리를 비롯해 정부 각료들이 뉴워터를 마시며 국민들이 스스로 수질 평가를 하도록 했다”며 “이후 사람들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잊히기도 하면서 지금은 뉴워터 사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오는 2060년까지 전체 물 수요의 55%를 뉴워터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마리나 배라지 건물에서 바라본 마리나 저수지 모습.
마리나 배라지 건물에서 바라본 마리나 저수지 모습.
싱가포르 관광 명소인 플라이어(관람차)에서 바라본 마리나 저수지 모습.
싱가포르 관광 명소인 플라이어(관람차)에서 바라본 마리나 저수지 모습.

▲호수처럼 넓은 저수지=지난 15일 싱가포르 관광 명소인 머라이언 파크. 이곳에 서면 우리나라 기업이 건설한 이 나라 대표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함께 바다같이 거대한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실 이곳은 호수가 아닌, 싱가포르 저수지 중에서 가장 큰 ‘마리나 저수지(Marina Reservoir)’다.

저수지는 현재 싱가포르가 물을 확보하는 네 가지 원천 가운데 가장 먼저 국민에게 식수를 공급한 물 저장시설이다.

애초 싱가포르에는 자연적으로 생긴 저수지 3곳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저수지를 포함해 17곳으로 늘어났다.

17개 저수지는 싱가포르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역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17개 저수지와, 저수지와 이어진 물길을 모두 더하면 그 길이가 8000㎞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 마리나 저수지는 싱가포르 15번째 저수지로, 약 3조원이 투자돼 2008년 완공됐다. 집수구역 1만㏊(약 3000만평), 수면적 240㏊(72만6000)평에 달하고, 저수지와 이어진 물길까지 합하면 싱가포르 전체 국토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싱가포르 국토 면적의 절반이 저수지였는데, 마리나 저수지가 생기면서 3분의 2 정도로 비율이 더 늘었다.

또 2008년 이전 싱가포르 수자원 확보 차원에서 빗물 집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안팎이었지만, 마리나 저수지 개장 이후 그 비중이 50~60%까지 상승했다.

이곳에는 ‘마리나 배라지(Marina Barrage)’라는 댐이 있다. 싱가포르강과 바다 사이에 28m 높이의 9개 수문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위에는 마리나 동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350m 길이의 다리가 있다.

마리나 배라지. 댐 왼쪽은 담수(민물), 오른쪽은 바닷물이다.
마리나 배라지. 댐 왼쪽은 담수(민물), 오른쪽은 바닷물이다.

다리를 기준으로 한쪽은 담수(민물), 한쪽은 바닷물이다.

마리나 배라지 건설 이전에는 양쪽 모두 바닷물이었다. 댐은 비가 올 때면 자동으로 수문이 열리는데, 조성된 지 2년 후부터 100% 담수화가 완료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리나 배라지는 싱가포르 정부의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연구와 투자를 통해 탄생된 기술 집약의 결정체이자, 싱가포르 국민들의 젖줄이다.

이곳에서 하는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첫 번째는 저수지, 두 번째는 바로 홍수 예방이다. 

마리나 배라지는 수문을 개폐해 수위를 조절하고, 밀물 시에도 물을 내보낼 수 있는 7개의 대형 펌프시설을 갖췄다.

1개 펌프시설은 1분에 올림픽 규격 수영장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양의 물을 바다로 내보낼 수 있다. 

마리나 배라지 홍보관에서 안내사가 댐의 수문이 어떤 식으로 개폐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마리나 배라지 홍보관에서 안내사가 댐의 수문이 어떤 식으로 개폐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마리나 배라지 일대 지역은 저지대가 많아 비가 내릴 때 자동으로 수문을 열어 홍수를 막을 수 있다.

이곳의 마지막 역할은 싱가포르 국민들의 레저 및 휴식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댐으로 막혀 있어 담수가 있는 구역은 물이 잔잔해 카약이나 보트 등 다양한 수상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마리나 배라지에 마련된 커다란 건물 옥상은 넓은 정원이 있어 연날리기 또는 피크닉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건물 내부에는 갤러리를 비롯해 저수지 건설 과정, 작동 원리, 싱가포르 도시 계획 등의 청사진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들이 전시돼 전 세계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싱가포르=진유한 기자

마리나 배라지 홍보관 옥상. 넓은 정원이 마련돼 싱가포르 사람들의 피크닉, 연날리기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마리나 배라지 홍보관 옥상. 넓은 정원이 마련돼 싱가포르 사람들의 피크닉, 연날리기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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