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8주년] 물 재이용, 이제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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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물 사용량의 90%는 지하수
무분별한 사용과 오염 문제 등 직면
싱가포르, 하수·폐수 재생 사용
일본도 빗물 활용 확대 등 주력

제주에서 사용되는 물의 90% 이상은 지하수다. 그만큼 지하수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지하수가 나오고 있는 모습. 제주일보 자료사진
지하수가 나오고 있는 모습. 제주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으로 제주의 물 부족 문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각종 개발과 농약, 비료 사용 등으로 오염 문제에도 직면해 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 고시한 수자원관리종합계획에 따르면 당장 2년 뒤인 2025년부터 상수도, 2030년부터 농업용수 공급량이 수요보다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2025년 상수도 시설용량은 하루 44만4000t으로 추산된 반면, 수요는 50만1000t으로 예측돼 부족량이 하루 5만70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농업용수는 2030년에는 하루 최대 수요량이 133만9000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하루 20만9000t 규모의 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수위 관측망 평균 지하수위가 13.54m로 전년보다 2m가량 감소하고, 기준수위 관측망 68개 관측정 중 48개에서 50㎝ 이상 지하수위가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높은 지하수 의존도를 줄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충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대체 수자원 개발과 활용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빗물과 하수처리수 재이용, 용천수 활용에 중점을 둔 ‘물 재이용 관리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빗물이용시설은 대부분 용량이 작아 빗물과 농업용수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돼 실제 지하수 이용량을 줄이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하수처리수는 더러운 물이란 인식이 강해 사실상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2021년 하수도통계’를 보면 제주지역 8개 하수처리시설에서 8600만t의 물이 처리됐지만, 재사용된 물은 193만t(2.2t)에 그쳤다.

전 세계적으로도 생명수를 얻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물 재이용을 통해 생명수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리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 크기의 40%밖에 안 되는 면적에 600만 인구가 사는 싱가포르는 세계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이자, 1인당 국내총생산이 8만 달러(약 1억724만원)에 달하는 부유한 국가이지만, 비가 유일한 수자원인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는 물 수요의 절반 이상을 국경을 맞댄 말레이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1959년부터 말레이시아 자치령으로 있다가 1965년 지금의 싱가포르로 분리 독립한 터라 외교적 갈등을 빚을 때면 말레이시아로부터 물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1977년부터 물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 건설에 시동을 걸었고, 이후 해수담수화와 뉴워터 등 고도의 물 정화 시스템을 갖춰 지금은 말레이시아 물 공급이 끊겨도 전체 물 수요의 85%를 충당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바닷물을 순도 높은 식수와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하수와 폐수를 새로 살아난 물, 즉 ‘신생수’로 되살려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또 전 국토에 대규모 저수지를 확충해 빗물을 담아 생활용, 공업용으로 사용한다. 싱가포르 전체 물 사용량의 85%를 해수담수화, 하수·폐수 재처리수, 저수지로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다양한 정책과 방법으로 물 재이용과 빗물 활용 확대 등에 주력하고 있다.

물 재이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설 구축, 기술 개발과 함께 도민들의 인식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싱가포르에서도 하수처리수를 처음 공급할 때 국민들의 거부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홍보했고, 국민들이 스스로 수질을 평가하도록 하는 등 기술을 개발하고, 신뢰를 높였다.

제주의 지하수를 지속가능하게 보전하면서 충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물 재이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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