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8주년] 바닷물, 순도 높은 식수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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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는 생명‘水’] ① 물이 부족한 싱가포르의 선택

싱가포르, 강·호수 적고 국토 작아 충분한 물 확보 어려워
물 수요 절반 이상 말레이시아 의존…공급 중단 위기 상존
해수담수화·뉴워터·저수지로 대비…전체 수요 85% 충당
5개 담수화 플랜트, 하루 72만톤 생산…지속가능성 모색

기후변화와 지하수 남용 등으로 제주에서도 물 부족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2년 뒤인 2025년부터 상수도, 2030년부터 농업용수 공급량이 수요보다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 재활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지는 물 재이용 선진국인 싱가포르와 일본이 추진하는 물 관리 정책들을 다섯 차례 걸쳐 소개하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조호르 강과 연결된 송수관 모습. 연합뉴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조호르 강과 연결된 송수관 모습. 연합뉴스

▲물 부족 국가 싱가포르=말레이반도 남쪽 끝에 있는 싱가포르는 강우가 유일한 수자원인 물 부족 국가다.

강이나 호수 등이 다른 국가보다 크게 부족하고, 토지 면적도 좁아 충분한 양의 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졌다.

싱가포르는 1819년 영국 동인도주식회사의 토머스 래플스가 세운 무역기지로 출발한다. 당시 인구수는 1500명에 불과했고, 사람이 적어 물 부족 없이 살아왔다.

이후 무역항이 건설되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해왔고, 1822년 싱가포르 최초의 저수지가 건설되기도 했다.

하지만 1850년대 들어 인구가 5만명으로 급증하면서 물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그 후 추가적인 저수지 건설이 이뤄졌다.

현재 인구 600만명을 돌파한 싱가포르는 전체 물 수요의 58%를 말레이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자치령이던 1927년 말레이시아 조호르 주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물 수입을 시작했다. 당시 조호르 왕국의 술탄인 이브라힘 2세와 영국령 싱가포르 당국 간 물 공급 협정이 처음 체결됐다.

현재까지 영향력이 미치는 물 공급 협정은 1961년 새롭게 체결됐고, 이듬해 일부 개정됐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하루 2억5000만 갤런(약 9억4600만ℓ)의 정화 처리되지 않은 원수를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 조호르 강에서 끌어올 수 있다.

대신 조호르는 전체 원수 공급량의 2%에 해당하는 500만 갤런(약 1890만ℓ)의 정화 처리된 물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조호르 강과 연결된 송수관 모습.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조호르 강과 연결된 송수관 모습.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로부터 원수를 1000 갤런(약 3785ℓ) 당 0.03 링깃(약 8.3원)에 사 오고, 같은 양의 정화된 물을 0.5 링깃(약 138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협정은 오는 2061년까지 효력이 있지만, 2018년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잡은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1990년대라면 수용할 수 있지만, 지금 0.03 링깃으로 살 수 있는 게 없고,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로부터 정화된 물을 공급받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전부터 싱가포르와 외교적 갈등이 있을 때마다 조호르 지역의 물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가 언제든 물 공급을 끊을 수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1977년부터 물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 건설에 시동을 걸었다.

물 재활용을 위한 수자원 시스템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연구에 매진해 획기적인 물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 지금은 전 세계 통합 물 관리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싱가포르의 물 확보 수단은 말레이시아 물 수입, 해수담수화, 뉴워터, 저수지 등 크게 4가지이다.

현재는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끊어도 전체 물 수요의 85%를 충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말레이시아 물 수입을 제외한 해수담수화, 뉴워터, 저수지 등 3가지 물 확보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투아스 해수담수화 공장 전경.
투아스 해수담수화 공장 전경.
투아스 담수화 공장 모습.
투아스 담수화 공장 모습.

▲바닷물에서 물을 얻는다=해수담수화는 바닷물에서 염분을 포함한 용해물질을 제거해 순도 높은 식수나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을 얻어내는 수처리 과정을 말한다. 

싱가포르에는 모두 5개의 담수화 플랜트(공장 설비)가 구축됐다. 이들 설비는 하루 최대 71만9000t의 생산능력을 갖췄고, 현재 싱가포르 전체 용수 수요의 25%를 감당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공정 과정을 보면 1단계에서 해수가 공장으로 유입 시 해초 등 큰 잔해와 같은 퇴적물을 걸러낸다. 공장과 바다가 연결된 대형 파이프를 통해 바닷물이 들어오면 큰 입자를 20㎜, 2㎜의 필터 스크린을 통해 걸러내는 과정을 우선적으로 거치게 된다. 

2단계에서 여과막을 통해 물속 불순물과 미생물, 박테리아 등을 제거한다. 모래 여과 대신 울트라필터(UF) 멤브레인(수처리여과막)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UF 멤브레인은 다음 단계의 역삼투압 필터 멤브레인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고,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아 바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불순물과 현탁 입자를 제거한 뒤 투과성 막에 강한 압력을 가해 물 분자만 막을 통과하도록 한다. UF 멤브레인을 통과한 물은 깨끗하지만 소금을 제거하지 않아 염도를 유지하고 있어 이를 제거하기 위해 고·저압 역삼투 후 싱가포르 국립수자원국(PUB) 저장소에서 각 가정으로 보내진다.

UF 멤브레인을 통과하면 불필요한 물질이 제거되면서 깨끗한 물만 추출되는데, 이때 미네랄과 불소 등을 첨가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불소를 넣지 않으면 치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독을 위해 염소도 투입된다. 

싱가포르 최초의 해수담수화 공장인 싱스프링 해수담수화 플랜트 설비 모습.
싱가포르 최초의 해수담수화 공장인 싱스프링 해수담수화 플랜트 설비 모습.

멤브레인 방식의 수처리는 실온에서 물리적인 막을 이용해 물을 걸러내는 것으로, 물을 끓이는 방식보다 효율적인 비용으로 담수 처리를 할 수 있어 하수 재이용이나 오염원 제거 측면에서도 기본 방식보다 효과적이다.

싱가포르는 담수화수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PUB는 담수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현재 3.5kWh/㎥에서 1.5kWh/㎥로, 장기적으로는 1kWh/㎥로 절반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랜 노력 끝에 전기장을 사용해 물에서 용해된 염을 끌어내는 ‘전기 탈이온화’ 방법을 개발, 담수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1.65.5kWh/㎥로 낮추는 성과도 얻었다. 역삼투막 비용은 t당 398원이지만, 전기 탈이온화 비용은 t당 182원으로 2배 넘게 저렴하다.

PUB는 이 기술을 확장해 5개 담수화 공장 중 투아스 플랜트에서 이를 검증할 방침이다.

PUB는 전기 탈이온화 외 생체 모방을 통한 담수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맹그로브 식물과 광염성 물고기의 에너지를 활용해 바닷물에서 담수를 추출하는 생물학적 과정을 모방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싱가포르는 해수담수화 시설을 통해 현재 25%를 충당하고 있는 전체 물 수요를 오는 2060년 30%까지 끌어올리고, 담수화 역량도 지금보다 10배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진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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