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영전에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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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위해 사격장까지 만들어 후원해주시던 아버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칩니다.”

5일 창원종합사격장에서 벌어진 부산 아시안게임 여자 더블트랩 결선에서 중국 선수의 집요한 추격을 마지막 발까지 다투는 접전 끝에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희(25.김포시청)는 지난 6월 암으로 별세한 아버지 생각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클레이사격장에서 이상희의 금메달이 확정되던 순간을 지켜본 사격인들은 한결같이 그에게 보내준 아버지의 각별한 사랑을 입에 올렸다.

포항여고 재학시절 코치였던 최명배씨는 “클레이사격 동호인이던 상희의 부친은 5년 전 경주에 클레이 전용인 신라사격장을 지어 운영할 정도로 열정적인 후원을 해줬다”며 “틀림없이 작고한 부친의 정성이 금메달의 밑거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달 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클레이사격선수권대회에 나갔을 때 아버님 49제를 맞았죠. 남 몰래 숙소 옥상에서 49제를 드리던 그때 기억이 떠오릅니다.”
한동안 울먹이던 이상희는 아버지를 여읜 뒤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중학교 때 아버지 친구의 권유로 사격에 입문했다는 그는 대학(동덕여대) 재학 중 사격을 그만둘까 여러 번 생각한 적도 있지만 아버지의 정성 덕분에 결국 다시 총을 잡았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중국 선수에게 1점 차로 져 분루를 삼킨 이상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멋지게 설욕을 했지만 그보다 작고한 아버지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영전에 바치게 된 것이 훨씬 더 자랑스러웠다.

이상희는 올해 결혼한 남편 주장환씨(한일고 50m 소총 코치)도 선수였던 사격 커플로 새침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이번 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과도 골고루 친분이 두터운 클레이 사격계의 마당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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