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령 3만호를 향해 다시 신발끈을 매는 제주일보.

2043년 7월 00일. 제주일보 지령 3만호가 발행됐다. 세상은 2만호 제주일보가 발행됐던 33년 전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변했다. 가위 천지개벽이다.

 

한국은 세계 5대 글로벌과학기술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제주는 자연과 더불어 삶을 영위하는 건강한 지상낙원이란 수식어의 주인공이다. 친환경적인 발전과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시대적인 욕구가 실현되는 공간이다.

 

사람들의 일상을 180도 바꾼 문명의 발전상도 여럿이다. 가사로봇, 인공혈액, 우주방어시스템,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 스마트 더스트는 특수 초소형 센서로 빛과 열, 운동, 진동, 유독 화학가스 등을 감지해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장치다.

 

제주일보 지령 3만호는 2만호 이후 1만호가 새롭게 발행되는 동안 벌어진 이 같은 가공할 만한 변화에 대한 정밀 진단을 토대로 제주의 새로운 청사진을 처방하는 특집기사들을 선보였다.

 

제주일보의 지령 2만호 발행 당시 신문 산업의 위기를 반추한 기사가 눈길을 끈다. 즉, 33년 전 종이신문은 종말론에 휩싸였다.

 

당시 호주 미래학자 로스 도슨은 세계 주요 52개국 종이신문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미국 신문은 2017년, 영국과 아일랜드는 2019년 소멸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신문의 경우 벨기에와 함께 2026년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예상이었다. 프랑스와 독일 신문이 2029년과 2030년으로 그 뒤를 잇고 일본과 러시아 신문은 2031년과 2036년 사라진다고 했다.

 

예언은 결국 틀렸다. 그때 미국 뉴욕타임스가 파리에서 발행하는 글로벌 에디션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스테판 던바-존슨 발행인의 예견이 옳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IT기기들이 보편화해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사람이 한 방에서 서로 자기 말만 하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아무 말도 제대로 못 듣게 돼 믿을 만한 목소리를 직접 찾아 나선다.”

 

이때 믿을 만한 목소리가 바로 신문이다.

 

신문은 미디어융합의 시대적 흐름을 읽고 올드미디어의 틀을 깨며 뉴미디어세력으로 거듭났다. 온라인공간의 스팸정보 범람에 피로감을 느끼던 사람들은 신문의 신뢰도 높은 고품질 콘텐츠에 각별한 믿음을 표했다.

 

신문은 진실과 비판력을 앞세워 세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통섭한 고품격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정보의 신뢰를 중시해 가벼운 신속성보다 무거운 진정성을 지닌 뉴스를 지켜냈다. 이제 세계인은 신문의 충성스런 정보 소비자다.

 

1만호가 새롭게 발행되는 동안 제주일보는 변함없이 도민의 눈과 귀로서 사명을 충실히 수행했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완성된 오늘날 제주일보는 지역소식과 현상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정보로 재가공해 도민에게 전달하는 제주 커뮤니티의 소통 구심점으로 위상을 정립했다.

 

세계의 국제화, 지역화 조류의 완결에 따라 옛 포맷의 중앙지는 사라지고 전국 지방지들이 지역의 이슈와 현안을 다루고 중앙정부 정책을 전파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언론 자치가 실현된 것이다.

 

제주일보는 이미 2만호 지령 당시 모바일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 제주일보는 통합미디어기업으로서 시민들의 일상 필수품인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전용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스마트시대에 맞게 종이신문은 ‘아날로그 향수족’을 타깃으로 맞춤형 발간되는 한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펼쳐지는 전자신문이 주력으로 등장했다. 독자가 전자종이를 펼치고 터치하면 신문이 펼쳐지고 확대되며 기사가 읽힌다.

 

당연히 디지털 제주일보는 네트워크에 상시 접속돼 뉴스들이 시시각각 업데이트된다. 독자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테마와 유형의 뉴스를 취사선택해 제공하는 기능도 보편화한 지 오래다. 제주일보는 멀티미디어 뉴스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시대의 중심에 서있는 것이다.

 

아울러 제주일보는 방송에도 진출, 디지털 TV모니터를 통해 지식의 통합과 견해의 합의가 관통하는 영상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또 제주일보는 지역포털 인터넷사이트도 운영, 그야말로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일보가 생산하는 고급 정보들은 텍스트는 물론 다각도의 멀티미디어 형태로 독자와 시청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가독성과 휴대성, 편의성 등에서 30여 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된다.

 

기자들이 기사생산을 독점하던 시절도 까마득하다. 제주일보는 도내 읍면동별로 사회 참여에 대한 열성과 건강성을 띤 퍼스널 미디어 1000여 명과 협력, 밑바닥 이슈를 꼼꼼히 체크한다. 기자들은 이슈를 심층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양질의 뉴스콘텐츠의 탄생 루트다.

 

세상이 뒤바뀐 만큼 기자들의 근무행태도 크게 달라졌다. 제주일보 기자들은 디지털기기의 SNS를 통해 정보원들과 수시로 접속, 기사 피드백을 즉각 얻고 시간 흐름에 따른 내용과 환류 정보를 보강한 후속기사를 내보낸다.

 

취재장비도 음성인식기술 상용화 덕에 30여 년 전 인터뷰내용을 노트북PC 등으로 입력하던 ‘촌스러움’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기자들은 음성인식으로 입력된 정보를 다듬고 보완해 기사로 작성, 전송한다. 이때 동영상도 자동 편집돼 동반된다.

 

단, 정보원들과 인간적인 유대와 결속을 지속하는 매개는 예나 지금이나 술이다. ‘기자=주당’이란 도식은 여태 유효하다.

 

요즘 제주일보 톱기사들의 제목은 제주의 현주소 그대로 희망 충만하다. 관광객 2000만 명 돌파, 제주는 청정에너지의 메카, 도민 건강수명 100세 ‘세계 1위’, 세계적인 국제자유도시로 우뚝, 1인당 도민소득 8만 달러…. 물론 기사마다 서늘한 감시와 비판의 혼이 서려있다.

 

요즘 제주일보 기자들은 일상 업무 외에 2년 후 다가올 ‘제주일보 창간 100년’ 특집기사를 구상하느라 부산떨고 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