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룡의 '서귀포 꿈' 월드컵서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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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고 출신, 그리스전 무실점 방어...주전 수문장 스타 탄생

그리스전이 열린 12일 밤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분수령이었던 이날 경기에서 한국팀 골문에 정성룡(25.성남)이 국가대표팀 붙박이 수문장 이운재(37.수원)를 제치고 등장했다.

이날 골문을 책임진 정성룡은 한발 빠른 몸놀림과 순발력을 선보이며 그리스를 상대로 무결점 활약을 펼쳐 한국의 2대0 완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성룡은 특히 그리스 스트라이커 게카스의 위력적인 슈팅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내는 등 눈부신 선방으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고교시절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도 서귀포에서 키워왔던 꿈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정성룡은 성남 광주중 3학년 시절 전지훈련차 제주에 왔다가 서귀포고 설동식 감독의 눈에 띄어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정성룡은 제주에 내려오기 직전 아버지를 여의는 등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축구 하나로 버텼다.

설 감독의 지도 아래 제주에서 고교시절 3년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태극마크의 꿈을 키웠던 것이다.

그 결과 정성룡은 2002년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제주의 고등부 축구 우승을 지켜내는 등 활약을 보여 장래가 촉망됐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 수문장’이란 목표는 험난했다.

이운재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어 정성룡은 오랜 시간 2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성룡은 이운재가 주춤한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 한국의 간판 골잡이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가슴을 졸이며 고교시절 제자의 플레이를 지켜본 설동식 감독은 “경기 전날 (정)성룡이에게서 전화가 왔었는데 누가 뛸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열심히 하라는 말을 했었다”고 전한 뒤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해 준 성룡이에게 감사한다”며 기뻐했다.

설 감독은 “(정)성룡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오직 ‘밥만 많이 먹여달라’고 부탁하셨다”고 어려웠던 당시를 소개한 후 “어제 TV를 보면서 (정)성룡이에게 축구 잘해서 효도하라고 했던 7~8년전의 당부가 현실로 이뤄져 감회가 새로웠다”고 뿌듯해했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서 보듯 통상적으로 주전 골키퍼가 정해지면 단일 대회에서는 잘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틀 앞으로 다가온 아르헨티나전에 반드시 정성룡이 출전한다는 보장은 없다.

경기 후 정성룡 본인의 다짐이나 그를 키워낸 설동식 감독의 당부는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았다.

“초심을 잃지 말고 처음처럼.”

성실을 바탕으로 최고의 수문장으로 거듭난 정성룡의 활약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홍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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