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진화의 열쇠 '쌍둥이 정자' 형성 비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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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남홍길 교수, 3대 과학저널 그랜드슬램 달성

국내 연구진을 중심으로 한 국제연구팀이 고등 종자식물의 진화에 핵심이 되는 중복수정을 위한 쌍둥이 정자가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남홍길(50세) 교수팀은 22일 종자식물의 생식세포 속에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 복합체(SCF_FBL17)가 쌍둥이 정자를 만드는 세포분열을 활성화하는 생체스위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남 교수팀이 영국 레스터대, 경북대 연구진과 함께 국가핵심연구센터(NCRC) 사업 지원으로 수행한 이 연구의 결과는 '네이처(Nature.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다.

남 교수는 이번 논문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Science)', '셀(Cell)' 등 세계 3대 과학저널에 모두 교신저자로 논문을 발표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됐다.

중복수정은 속씨식물의 독특한 유성생식과정으로 고등 종자식물의 진화에 핵심 열쇠로 일컬어지고 있으나 정확한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생식세포의 감수분열을 통해 만들어진 정자 하나가 난자와 수정돼 자손을 만들지만 속씨식물은 감수분열로 만들어진 정자가 다시 분열해 쌍둥이 정자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쌍둥이 정자는 난자와 중복 수정을 해 다음 세대 식물이 되는 배(胚)와 이 배에 영양을 공급하는 배젖을 만든다. 이 배젖이 바로 인간 등 동물들이 섭취해 영양분을 얻는 과일과 곡물이 된다.

남 교수팀은 애기장대의 돌연변이 연구에서 정자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웅성불임 변이체를 발견, 불임과정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생식세포 속에 있는 단백질 분해 복합체(SCF_FBL17)가 쌍둥이 정자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웅성불임 변이체는 FBL17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변이식물로, 연구진은 이 식물을 이용해 FBL17 단백질이 생식세포에서만 발현, 쌍둥이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생식세포 분열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남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쌍둥이 정자 형성을 통한 중복수정 메커니즘에 대한 분자 수준의 이해를 높여 식물 진화과정에 대한 과학 지식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며 "특히 식량의 주요 공급원인 속씨식물 종자의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켜 종자식물 생산량과 생산 방법 개선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텍은 남 교수가 이 논문으로 3대 과학저널로 꼽히는 '사이언스', '셀', '네이처'에 모두 교신저자로 논문을 발표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뤘다고 밝혔다.

포스텍 학술정보원에 따르면 1981~2008년 3대 저널에 실린 한국기관 소속 저자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국내 기반 주도 연구로 3대 저널에 모두 논문을 발표한 것은 남 교수가 처음이며, 한국인 과학자로는 이서구 이화여대 석좌교수에 이어 두번째다.

남 교수는 1999년 식물의 광(光) 주기성을 조절해 개화시기를 조절하는 유전자 '자이겐티아' 발견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으며 2005년에는 빛의 세기에 따라 받아들이는 빛의 양을 조절, 식물의 눈동자 역할을 하는 유전자의 조절 메커니즘을 구명해 '셀'에 발표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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