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아니라 사고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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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코스 42.195km를 100m 달리는 식으로 도달하려는 사람은 절대 이해 못할 회사가 있다.

바로 일본의 중소기업인 미라이공업사다. 전기·가스 설비 부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1965년 야마다 아키오(77)씨에 의해 세워졌다.

이 회사의 1년 중 공식 휴일은 140일에 달한다. 개인휴가까지 합치면 1년의 절반인 180일 가까이 쉴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해 매출액은 260억엔(약 2480억원)에 달했으며,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15%로 일본 제조업의 평균 경상이익률 5~6%의 두 배가 넘는다. 진짜 천국 같은 회사다. 2003년 대표이사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야마다 아키오씨가 주창한게 ‘천국 같은 일터 만들기’다.

야마다 고문은 직원들이 충분히 쉬어야만 창의성이 나오기 때문에 휴일을 많이 도입했다고 한다.

이처럼 쉬는 것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라는 것.

미라이 공업사의 1만 8000여 종 제품 중 90% 가량이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쯤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바로 청와대다.

‘월화수목금금금’요일 일한다고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단지 열심히 일하는 것과 일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과는 지구와 명왕성만큼 거리가 멀다. 최근 청와대 대부분의 수석들이 물러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때부터 새벽별과 저녁별보기 운동을 하며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새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는’방식은 1970년대 얘기다.

그렇게 일하면서 국민과 제대로 얘기를 나눌 시간은 있었는가.

또 그런식으로 일하는 것은 “나, 창의성 없이 일하고 있어요”라고 자랑하는 것과 같다.

이와 함께 이 정부 고위직에 있는 공무원들의 사고도 문제다.

어떤 이는 “국민이 정부를 굴복시키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나 국민 앞에서는 ‘갑’이 아닌 ‘을’이다.

이는 머슴이 주인한테 왜 일을 머슴한테 시키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서비스로 국민들을 섬길 것인가를 생각지 않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는 1970·1980년대 독재 권위시대의 유물이다.

경찰은 또 어떤가. 동생이 부산에서 대형 룸살롱을 한다는 이유로 한동안 여론의 주인공이던 어청수씨가 청장으로 있는 경찰청은 촛불 정국 타개책을 위해 정부 지지세력 복원 방안을 수집하라고 전국 경찰서에 지시했다.

2008년 6월 24일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지금이 2008년이 맞는가.

누구 말대로 같은 달력을 보고 있어도 같은 시대를 사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통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같은 시대를 살아야 하는데 있다. 살아가는 시대가 멀수록 소통이 어려운 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면서도 사고는 1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라이공업사에서 승진은 선풍기가 결정한다. 승진 대상자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선풍기 바람에 날려 가장 멀리 날아가는 쪽지의 주인공이 승진된다.

‘월화수목금금금’요일 일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만 보고 있으니 말이다.

승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직원들의 창의성이 중요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언제면 달을 볼 수 있는 큰 눈을 가질 수 있을까.<박상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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