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행정체제 개편과 원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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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학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논설위원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지난 1월 17일 제주형 행정 체제 개편 대안으로 시군 기초자치단체·3개 행정구역(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을 제주지사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발표한 권고문은 행정 체제 개편에 대한 학술연구와 도민경청회, 도민 여론조사, 도민참여단 숙의 토론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도출한 결과다.

이에 앞서 2023년 1월부터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수행한 제주형 행정 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연구용역이 연말에 마무리되었다. 이 연구용역에서는 행정 체제 모형과 구역안에 대한 학술연구와 더불어 도민 공론화 작업까지 다뤘다. 그 결과 도민참여단의 55%가 ‘3개 행정구역’을, 42.5%가 ‘4개 행정구역’(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군·서제주군)을 택한 것을 바탕으로 3개 행정구역안을 최종 후보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종 행정구역 후보대안으로 제시한 3개 행정구역안은 국회의원 선거구를 적용한 것이다. 기존의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나누고 서귀포시를 포함한 3개의 행정구역으로 개편하는 안이다. 이에 따라 동제주시에는 구좌읍, 조천읍, 우도면, 일도1동, 일도2동, 이도1동, 이도2동, 건입동, 화북동, 삼양동, 봉개동, 아라동이 포함되고 서제주시에는 한림읍, 애월읍, 한경면, 추자면, 삼도1동, 삼도2동, 용담1동, 용담2동, 오라동, 연동, 노형동, 외도동, 이호동이 들어간다.

‘3개 행정구역’ 개편안은 인구수를 먼저 고려하고 행정구역이 지니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못한 감이 있다. 인구수를 기초로 획정되는 국회의원 선거구와 주민생활이 영위되는 공간인 행정구역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선거를 목적으로 구획된 정치적 구역과 주민의 생활공간인 행정구역이 일치될 필요는 없다. 행정구역의 획정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민생활의 편의성, 공간적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최종 후보대안의 가장 큰 문제는 오랜 역사성을 지닌 제주시 동지역을 2개 지역으로 분리하는 데에 있다. 하나의 생활권으로 통합된 제주시 동지역을 인위적으로 분리했을 때 생활권과 괴리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제주시 원도심 지역이 반으로 쪼개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제주시 원도심은 과거 탐라국의 도읍으로 출발하여 제주의 중심 지역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탐라국의 도성이라 할 수 있는 일도, 이도, 삼도동 지역은 역사, 문화적 동질성을 지닌 지역인데, 일도동, 이도동은 동제주시, 삼도동은 서제주시로 편입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성을 간과한 처사라 할 수 있다. 

행정구역의 개편은 지역의 인위적인 변화를 초래한다. 원도심 지역을 양분하는 행정구역의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원도심이 지니는 역사와 문화가 상실될 위험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행정구역으로 구획되어 있어서 효율적인 공간정책을 펼치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 11월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도민 486명 가운데 57.4%인 252명이 4개 구역안을, 또 32.6%인 143명은 3개 구역을 선호했다. 이는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한 도민들의 합의가 충분하지 못함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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