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大 입학보다 힘들다고 했던 공무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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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국장

흔히 공무원 조직을 ‘철밥통’이라고 한다.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해고되지 않고, 임금 체불 없고, 정년까지 보장되기 때문이다.


철밥통이라는 단어는 중국에서 유래됐다. 중국에서는 해고될 염려가 없는 국영 기업체 직원을 중국어로 톄판완(鐵飯碗, 철밥통)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1990년대에 한국 사회에 널리 보급됐다.


과거 IMF 시절 대규모 해고사태가 있으면서 정년 보장이 되는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찔렀었다.


그런데 이 ‘철밥통’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2024년도 4740명을 선발하는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임용 필기시험에 10만3597명이 지원,  21.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국가공무원 9급 임용시험의 경쟁률은 2000년 37.2 대 1에서 2015년의 경우 51 대 1, 2021년에는 35.0 대 1, 2022년 29.2 대 1, 2023년은 22.8 대 1 등 해마다 경쟁률이 줄고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응모 인원은 1378명으로 지난해 1655명보다 277명이 감소했다.


한때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대단했었다.


이런 공무원의 인기가 식고 있다. 지방직도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원서접수 마감 결과 290명 채용에 2131명이 지원해 평균 7.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7.3 대 1의 경쟁률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2008년에는 49 대 1의 경쟁률에서 2016년 12.8 대 1, 2018년 11.9 대 1, 2019년 10.9 대 1, 2020년 10.7 대 1등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을 움직이는 꽃’으로 불리며 선망받던 공무원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박봉에 잦은 야근, 상명하복의 공직사회를 일본 청년들이 기피하면서 10년 새 지원자가 반 토막 났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가공무원 종합시험 응시 연령을 만 19세로 한 살 낮췄다. 또한 근무시간을 조정해 평일도 쉴 수 있도록 주4일제 근무제를 확대키로 했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일간지에서 한국의 공무원 시험 열풍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공무원이 되는 것은 하버드대학 입학보다 힘들다”고 했었다. 하지만 최근 공무원 열기가 식으면서 짐 싸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임용 후 5년이 미만 공무원들 중 퇴직자는 1만3566명으로 2019년 6500명에 비해 대비 갑절 이상 늘어났다.


임용 기간 10년 이내 퇴직자도 2019년 7817명에서 지난해 1만7179명으로 역시 두 배 이상 늘었다. 공무원들은 이직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낮은 보수’를 꼽았다. 여기에 경직된 조직문화, 업무에 대한 만족도, 최근 공무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악성민원’ 등,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公僕)이라고 한다. 


공무원의 이탈은 공직사회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국가정책의 운영체계를 흔들 수 있다. 우수한 인재가 빠져나가면서 각종 정책 부실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공무원 이탈 방지를 위해 각 지자체마다 멘토링 강화, 밥 당번 없애기, 여행 지원, 정책 제안 포상금, 승진 기회 확대 등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 등 공무원 조직은 인체에서 뼈대와 같다.


국민과 지역주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정책 시행을 위해 공무원 조직이 단단한 반석 위에 놓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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