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그리고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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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운 시조시인

얼마 전 몇몇이 함께 청수곶자왈에 다녀왔다. 2월, 3월이면 제주백서향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숲이다. 같은 종류의 식물 식생을 군락이라 하는데 제주백서향이 군락을 이뤄 꽃을 피우고 그 향기는 방문객들의 코를 자극한다. 꽃향기가 나를 쫓아 집에까지 들어와 가득 차 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만남 중에서도 성격이 같거나 생각이나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는 친밀함이 더 크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에서의 만남이 퇴직 후에도 모임을 하거나 친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생각이나 취향이 근무하면서 비슷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같은 종류끼리 서로 따른다’라는 뜻이다. 흔히‘끼리끼리 논다’라고도 한다.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함께 어울린다. 오름을 오르기도 하고, 계절마다 지천으로 핀 들꽃을 찾아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림으로 스케치하기도 한다. 스포츠이거나 문학이든 예술이든 삶의 가치관을 거론치 않더라도 자신의 성격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동호회를 만들고 그렇게 어울려 살다 보면 삶의 의미가 빛나고 그 삶이 행복하고 보람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 나의 가치관이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성격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어울리게 되고 그 어울림 속에서 나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어울림은 두 가지 이상의 것이 서로 잘 조화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 사람을 평가하려고 하면 그 친구를 보면 안다고 한다. 아마도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고 어울려서 조화를 이끌어서 그런 것일 것이다.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지금의 그 주변을 살펴보면 될 일이고, 미래의 나는 어떻게 될지 또한 지금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조금은 추측하게 된다. 결국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결정을 하던 찬찬히 주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반대로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이라 하겠다.

벗, 언제 들어도 따뜻한 말이다. 나이가 비슷하고 오래 두고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말한다. 벗이야말로 성격이나 취향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학창시절의 벗도 있고 직장에서의 벗도 있고 다 늙어서 사귄 노후의 벗도 있다.

벗을 사귐에 있어 첫걸음은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거나 취미가 같거나 식도락이 비슷하여 함께 어울림이 편안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인정하고, 그런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늘 애써 노력하여 발전하는 사람, ‘책은 내 평생의 벗이다’라는 표현처럼 늘 가까이하여 심심함이나 지루함을 달래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벗들과 함께하고 싶다. 오늘도 나는 벗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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