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의 돌하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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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 논설위원

지난달 제주PEN문학 회원들과 오사카에 가서 김길호 소설가의 안내를 받으며 한인시장을 둘러봤다. 알다시피 오사카는 제주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진출했던 곳이며 제주 방언을 들을 수 있는 이국땅이다, 김길호 소설가는 제주 삼양 출신인데, 군복무 후 오사카에서 40여년 이상 살고 있는 재일 동포이다. 동시에 그는 한글로 글을 쓰며 한국문단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제주문인이다. 


김 소설가는 일행에게  정리한 인쇄물을 나눠 주고, 코리아타운과 왕인박사 가비가 있는 미유키모리 덴진규신사, 근래에 돌하루방 한 쌍이 세워진 이쿠노 제2 공원에 관해 설명한 후 앞장섰다. 대체적인 내용은 한인상가가 지금은 코리아타운이라 불리고, 1980년대에는 손님이 없어서 상점들이 문을 닫아 ‘셔터의 거리’였으며, 한때 혐오 지역이었다. 영화 “겨울연가” 이후 한류 바람을 계기로 부상하고, 그 발전에는 제주 출신 사람들의 노력이 컸다.


코리아타운 상가는 120여 개 점포 중 65%가 재일 제주 출신 사람들 소유이며, 선조들 삶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한국 식료품을 판매하고 김치 만들기 체험도 있다. 셋으로 나뉘어졌던 상점가가 하나로 통일되면서 <이쿠노 코리아타운 공생마쓰리(축제)>를 공동 개최하고, 2022년에는 제주 동문시장과 오사카 코리아타운이 자매결연을 했으며, 2023년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이 설치되었다는 사실들을 김 소설가는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제주도가 지난 1월 29일 일본 속의 한국으로 불리는 이쿠노의 코리아타운 공원에 돌하르방 두 개를 설치했다. 이는 약 13년 전부터 시도되었던 일인데, 올해 들어 제주~오사카 직항로 개설 10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이뤄진 것이다.  


김 소설가에 따르면 제주 돌하르방은 미국, 중국, 캐나다, 독일, 스페인, 중남미 파라과이 등 세계 각국의 공공장소에만 약 30개가 있고, 그 외에 사적으로 설치된 곳도 있다. 일본에는 돌하루방이 도쿄 아라카와구, 와카야마, 산다시, 오사카에는 민족학교 백두학원에 있지만 공적 장소에는 없었다가 올해 공원에 세워졌다.


한편 돌하루방이 세워지는 날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숲 공원에 설치됐던 일제시대 조선인 강제 동원 희생자 추도비 철거 작업이 시작되었다. 김 소설가는 이것을 ‘역사 지우기’이고 공원의 돌하루방은 이와 반대로 ‘역사 새기기’라고 여겼다.   


서쪽 상점가 입구에 있는 미유키모리덴진규우신사에도 갔다. 이는 닌도쿠천황 신사인데, 내부에 2009년 건립된 왕인 박사의 가비(歌婢)가 있었다. 왕인 박사는 5세기에 전라남도 영암 출신이며 천자문과 논어를 일본에 전해주고, 닌도쿠천황과 교류하면서 노래를 지었다고 알리는 가비였다. 건립위원회 고문이던 김소설가는 가비 설명문의 한국어 번역을 담당했다.  
오사카에 고향을 심으려는 김 소설가의 노력, 그의 고향 삼양은 “유년 시절의 시간과 공간, 첫 기억이 새겨진 곳, 지울 수 없는 화석”이라는데,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 동포 2세 이후의 세대들에게는 출생지가 아니라 추억도 거의 없는 곳이다. 고향, 이는 오늘날 마지막 세대만 지니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끝내 놓고 싶지 않은 아름다움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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