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자연광이 건물 내부로 밤에는 인공조명이 아름다운 야경으로
낮에는 자연광이 건물 내부로 밤에는 인공조명이 아름다운 야경으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5)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길이·폭 각각50m 달하는 대형광장, 다양한 행사 개최돼
“과거·미래 연결, 빛·숲이 교차하는 메모리얼 문화 공간”
문화전당의 핵심 공간인 아시아문화광장에서 행사가 열린 모습.
문화전당의 핵심 공간인 아시아문화광장에서 행사가 열린 모습.

“탐험하고, 찾아가는 건축입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이하 문화전당)을 소개하며 유현준 건축가가 한 말이다. 그는 “문화전당은 개미굴처럼 계속해서 방이 연결되는, 무궁무진한 관계를 갖는 좋은 설계”라고 말했다. 정형화되지 않았기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공간이자 건물이 주인이 아닌, 사람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벤트가 주인이 되는 공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공공건축의 의미가 ‘쓰임’에 있다고 한다면, 그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건물이라고도 했다. 그는 70만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 영상 ‘공공건축은 잘 만들 수 없을까’에서 한국의 가볼 만한 공공건축으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원주의 뮤지엄 산과 문화전당을 꼽았다. 

 

아시아를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과 생활문화를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전당은 지난 2015년 개관 후 세월의 흔적이 쌓이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다. 곳곳에 조성한 정원은 푸르름을 더해가며 휴식처를 제공하고 아시아문화광장은 워터슬라이드장과 자동차극장으로도 변신, 무한한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문화전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공간이 갖는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전당이 생산한 다양한 콘텐츠 역시 인기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만 연간 250만명이 문화전당을 찾았다.

어린이문화원.
어린이문화원.

▲기억, 빛, 숲, 광장


지난 2015년 개관한 문화전당은 연면적 156.673㎡, 지상 4층, 지하 4층 규모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예술의 전당을 넘어서는 메머드 공간이다. 1980년 5·18 최후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부지에 건립된 문화전당은 ‘장소적 의미’가 큰 건물이다. 문화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역사를 품은 장소였기에 그 ‘기억’을 보존해야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2005년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작으로 선정된 우규승 건축가의 ‘빛의 숲(Light of Forest)’은 건물을 과감히 ‘지하공간’에 조성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그는 역사적 건물인 전남도청 건물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10층 높이인 지하 25m에 건물을 배치했고, 이를 통해 조성된 건축물의 옥상인 지상공간에는 다양한 광장과 조경 경관을 연출, 도심 속 열린 공원을 만들었다. 또 정육면체의 채광창을 두어 낮에는 자연광을 건물 내부로 전달하고, 밤에는 인공조명이 공원을 밝혀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하도록 설계했다. 


문화전당의 중심은 대규모 아시아문화광장이다. 길이와 폭이 각각 50m에 달하는 대형 광장은 콘서트, 어린이 축제,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는 열린 공간이다. 지하철 역사, 금남지하상가, 계단, 에스컬레이트 등을 통한 다양한 접근 동선이 광장으로 모이고, 광장을 통해 문화창조원 등 각각의 문화시설로 흩어져 나가며 볼거리를 접하도록 한다. 


문화정보원(박물관·도서관), 문화창조원(전시관), 어린이문화원, 예술극장 등 문화전당의 주요시설은 ‘기본틀을 완성하고 채워나가는 전략’을 구사해 전시, 공연, 행사의 방식에 따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형 개폐형 유리도어를 통해 내부 공간이 외부 광장으로 확장되는 예술극장도 흥미로운 장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어린이문화공간인 어린이문화원은 지상에서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유리벽을 통해 공간적 개방감을 부여,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천장의 경사면을 따라 외부에 조성된 옥상정원은 아이들의 놀이공간이자, 무등산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빛과 숲이 교차하는 메모리얼 문화 공간을 구상한” 우 건축가가 심혈을 기울인 것 중의 하나가 공원이다. 광주가 녹지 없는 도시임을 인지한 그는 건물을 지하로 내리는 대신, 도시의 마루와 마당 역할을 하는 녹지를 곳곳에 조성해 공원을 만들었고, 초기에 식재했던 나무들이 커 나가면서 공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문화창조원 경사 지붕에 만들어진 ‘하늘마당’이다. 광주의 핫플레이스인 동명동, 조선대와 연결되는 지점에 위치한 하늘마당은 공연 등 각종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자,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잡았다. 


문화전당의 중심시설 중 하나로 옛 전남도청에 들어서는 민주평화교류원은 새롭게 조성된다. 문화전당 조성 과정에서 전남도청 훼손 문제가 불거졌고, 지난해 8년만에 원형복원 작업이 재개되면서 2025년 완공 후 콘텐츠를 채워 새롭게 문을 연다. 복원 사업이 진행되면서 아쉽게도 문화전당의 상징이었던 대형 미디어월은 철거될 예정이다. 


문화전당은 기존의 유명 건축물과는 이질적인 공간이다. 화려한 외관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랜드마크를 기대했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건물이 지하로 들어간 점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문화전당은 유기체처럼 변신을 거듭하며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문화전당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만의 매력과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는 장소를 선정하는 ‘코리아 유니크 베뉴’에 3년 연속 선정됐으며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도 뽑혔다.

층고 18m의 문화창조원 복합 1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바뇨냐'전.
층고 18m의 문화창조원 복합 1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바뇨냐'전.

▲1년 내내 볼거리와 즐길거리


최근 2~3년 사이 문화전당을 찾는 이들이 급증한 이유는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건물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가 인기를 모으면서다. 문화전당이 지난 8년간 만들어낸 콘텐츠는 1650건이었으며 68%인 1120건을 직접 창·제작했다. 지난해 열린 ‘사유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전에는 19만명이 다녀갔으며 ‘몰입미감’도 14만명이 관람했다. 현재 진행중인 ‘이음 지음’과 ‘디어 바바뇨냐’전도 10만명을 넘으며 순항중이다. 또 매년 열리는 ACC 월드뮤직 페스티벌, 브런치 콘서트 등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하’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늘마당과 충장로 1가 입구에 설치한 에스컬레이터는 전당으로의 접근성을 높였으며 동명동과 5·18 민주광장 사이를 잇는 플라자 브릿지의 콘크리트 벽면을 투명 아크릴로 대체, 지하공간이 내려다 보이도록 한 점도 방문객을 늘리는 효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전당 안에 문을 연 카페 ‘진성성’은 사람들을 전당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화전당을 방문할 때 꼭 찾아야할 곳이 있다. 5·18 민주광장 맞은 편에 자리한 전일빌딩 245다. 5·18 당시 총탄 자국이 남아있는 전일빌딩 245 옥상에 올라가면 문화전당과 푸른 녹지를 한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


건물의 규모가 방대하다 보니 도슨투 투어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매일 4차례(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2시30분·4시) 투어를 진행중이며 4월부터는 건축투어, 공공미술 투어, ACC 한바퀴 등 주제를 세분해 운영한다. 우규승 건축가의 설명과 모형 등을 통해 전당의 이곳 저곳을 살필 수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아카이브 ‘빛의 숲’을 찾거나 앞서 언급한 유현준 건축가의 영상을 보고 공간을 둘러보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광주일보=김미은 기자
사진=김미은 기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