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 맞춤형 교육에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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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편집국 부국장 겸 서귀포 지사장

고향에서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는 친구는 과거 중국 여행 중 한 여자를 만나 독립된 가족을 꾸렸다. 결혼 이듬해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은 친구는 몸이 아픈 부모를 봉양하면서도 아들 교육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 친구는 한국어가 서툰 부인 때문에 언어 발달이 뒤처지지 않도록 사람들과 만날 때 항상 자식과 함께 나타났다. 아들이 알아듣는지 여부를 떠나 수시로 물건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단어를 주입시키곤 했다. 그만한 부성애가 따로 없었다.


벌써 아버지보다 키가 크게 훌쩍 자란 친구의 아들은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잘 적응할 것이다.


국제결혼에 의한 다문화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필자의 친구 외에도 사촌 형을 비롯해 고향에서 다문화 가정을 일군 선후배들이 적지 않다.


다문화 가정 자녀는 부모가 쓰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없으면 한국어와 우리 문화를 배우는 속도가 더딜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성장한 다문화 가정과 달리 국제결혼으로 외국에서 태어나 생활하다 중도 입국한 아이들의 경우 한국어 구사와 한국문화 이해 부족으로 학교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가정을 벗어나 학교에서도 이탈로 이어질 우려도 높다. 다문화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비 다문화 학생에 비해 높은 편이며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학업을 중단하는 다문화 학생의 30%가 학업과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학교를 이탈한 것으로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제주지역 다문화 학생(초·중·고, 외국인 가정 포함)은 3128명이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 2174명, 중학생 690명, 고등학생 264명이다.


다문화 학생 수가 2018년 1760명인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제주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다문화 학생 수가 전교생의 20%를 넘는 학교는 6개교로 나타났다. 중학교는 6개교가 다문화 학생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도내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 비율도 2021년 3.3%에서 2022년 3.6%, 2023년 4.0% 등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제주도교육청이 올해 처음으로 ‘한국어 학급’을 신설, 한국어교육과정(KSL)을 활용한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에 나서기로 해 관심을 모은다.


아라초등학교와 제주북초등학교에 신설되는 ‘한국어 학급’은 한국어 이해도가 낮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은 기존 편성된 학급에서 예체능 과목 수업을 받고 일반 과목은 한국어학급에 별도로 모여 공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한국어 학급’이 운영될 경우 다문화 학생들이 일반 과목 진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수업을 듣는 것보다 교육 효과는 나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다문화 교육 분야에 5억7000만원을 투입해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고 한다.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한국어 학급’도 연차적으로 확대·운영하는 등 시대 변화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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