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주가 먼저 변화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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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우 제주대학교 교수 실버케어복지학과/논설위원

지난달 말 가수 아이유가 신곡 ‘러브 윈스 올’을 발표했다는 기사와 함께 뮤직비디오에 대한 어느 기자의 글을 보게 되었다. 이 영상은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유와 왼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그룹 BTS 멤버인 뷔의 디스토피아 생존기를 다룬다.


영상에서는 두 주인공이 폐허된 세상이지만 캠코더 너머에서는 깔끔하고 아름다운 행색으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있다. 영상을 본 기자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 맞다 하지만 폐허가 된 공간이 아닌 누군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라고 해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꼬집고 있다.


문득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2003)’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매사추세츠의 남동쪽 끝 어느 지역에 마서즈 비니어드 섬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1640년대 청교도 운동으로 섬에 정착한 영국 켄트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마을 사람들은 동족결혼 풍속이 있었고, 섬의 특성상 이 풍속은 계속 유지되었다. 그 결과 열성인 청각 유전자가 지속적으로 유전되었고 청각장애인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들은 소수가 아닌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


섬에서는 영어와 수어가 공용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는 핸디캡(handicap)도 장애(disabled)도 아니었다. 저자는 섬의 노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마을의 청각장애인을 훌륭한 어부 또는 선장, 부지런한 살림꾼, 유능한 농부 등으로 기억할 뿐 그들이 말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은 가장 뒤늦게 떠올렸다고 하였다.


아이유의 뮤직비디오와 마서즈 비니어드 섬의 얘기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장애를 소재로 하면서 캠코더 속 다른 세상에서는 비장애로 표현되는 설정이 감독의 의도가 어떻든 기자의 글에 공감되고, 섬 마을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똑같이 사회의 일원으로 이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장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고 개인의 문제로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일 수다. 더욱이 ‘넌 나와 틀리다’, ‘내 생각과 틀리다’ 와 같이 ‘틀리다’와 ‘다르다’를 별 생각 없이 혼용하듯 장애를 보는 우리 사회도 이런 것은 아닐까?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장애를 틀리게도 다르게도 보지 않았으며, 공동체 속에서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장애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장애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뜬금없지만 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촘촘한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약자복지’라고 하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약자로 이분법적으로 구별되고 낙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장애 또한 이러한 논리로 구별되고 차별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심란하다. 2024년 장애인복지분야 예산에서도 이는 뚜렷하게 나타나 전반적인 축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할 수 있지만 사회구조를 바꾸고 인식 변화를 위해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 ‘약자’로 구분하고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통해 촘촘한 사회구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설을 맞아 2024년 제주에서 먼저 변화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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