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제주를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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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팔뚝에 요란한 문신 역시 그를 예의주시하게 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의 생활은 아주 모범적이었다. 출근도 늦지도 않았고 업무를 하면서 요령 부리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의 후임들에게 그가 힘들게 하는 게 없는지 물어보면 매번 대답은 “많이 배우고 있다”였다. 과연 그에게서 배울 게 뭐가 있다고 이런 한결같은 반응들인지 궁금했다. 이럴수록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나만의 촉은 더욱 민감하게 발동했다. 그러는 사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채 그의 복무기간이 다 되고 말았다. 아~ 이렇게 그를 보내야 하는가 싶은 찰나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소집해제를 자축하며 후임들과 함께 푸드뱅크에 성금을 기부한다는 것이다. 기부액은 무려 100만원. 그가 내놓은 50만원에 후임 3명이 50만원을 보탰다고 한다. 순간 내 귀를 의심하면서도 혹시나 후임들에게 강압한 건 아닌지 물었다. 두세 번 물어봐도 온전히 함께 하고 싶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아뿔싸~ 드라마 속 얄미운 빌런처럼 내 편견과 쓸데없는 오지랖이 보기 좋게 무너지고 마는 통쾌한 장면이 연출되고 말았다.

이 소식은 제주지방병무청에도 전해져 그의 소집해제가 있던 날, 청장님이 직접 방문해 격려를 해주었다. 이 자리에서 “푸드뱅크에서 복무하는 동안 어려운 이웃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됐고, 그동안 저를 성장시켜준 푸드뱅크에 뭔가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후임들과 함께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는 그의 한마디는 오히려 모든 직원들에게 뿌듯함을 선사해 주었다. 요즘 보기 드문 바른 청년에 대한 꼰대의 편견은 이처럼 아름답게 빗나가고 말았다.

지난해 제주에서는 14년 만에 전입한 인구보다 전출인구가 많았다. 10~20대 청년층 인구는 2742명이 순유출됐다. 지역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는 현실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행정과 의회에서도 청년정책을 내놓고 4월 총선에 나서는 후보자들도 앞다퉈가며 갖가지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과연 우리는 우리 자식들이 제주에 살기를 바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답할 필요가 있다. 내 아이들만큼은 육지에 있는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고, 육지에 있는 이름 있는 회사를 다녔으면 하는 바람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닌지, 제주를 떠나지 않고 제주를 지키는 청년들은 남의 집 아이들로 족하다는 생각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런 우리 사회의 이중성은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도록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제주에서 해 봤자 뭘 하겠냐는 기성세대의 체념과 자조는 제주에서 살아보고자 하는 청년들조차 육지로 내몰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집해제의 기쁨을 이웃을 돕는 기회로 삼은 가슴 따뜻한 제주 청년들만큼은 제주를 떠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겉과 속이 다르게 청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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