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지효(反哺之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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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삼성여고 이사장·수필가

아흔 다섯의 연치(年齒)에도, 어머니 장송(長松)처럼 의연(毅然)하시다. ‘안커리’ 아들 며느리 수발 단호히 거절하시고, ‘밖거리’에서 혼자 잘도 지내신다.

식사와 빨래는 물론, 집 안팎 청소까지 손 빌리지 않고도 완벽하시다.

걸음걸이 조금 불편하신 것 같아, 청려장은 아니지만 고르고 골라 지팡이 사드렸는데, 단번에 남우세스럽다고 한 켠으로 밀쳐 버린다.

그뿐인가. 상군해녀의 오랜 물질로 귀 거의 들리지 않아, 꽤 돈 나가는 고급보청기 마련해 드렸는데, ‘귀 앵앵거려 머리 아프다’며 일언지하에 거절. 어쩌겠는가. 돌아가시면 유택(幽宅)에서 쓰시라고 보공(補空)으로나 넣어 드릴 수밖에. 때문에 모처럼 대화를 할 때는, 큰 싸움 난 것처럼 모자(母子)의 목소리가 담을 넘었다. 궁여지책으로 화이트보드를 이용, 매직펜으로 필담(筆談) 나누기 시작한 후로는 웬만해선 목소리 높일 일 없어 좋다.

간구(墾求한다. 어머니 백 살 넘어 장수하시기를. 아버지 요절(夭絶)의 불효 덮기 위해서라도, 반포지효 거듭 마음에 새기며 최선을 다한다.

잠자리 챙겨드리고 아침 안부를 묻는 혼정신성(昏定晨省)에서부터, 의식주 불편함이 없도록 자주 뵙고 기색(氣色)을 살핀다. 외식 자리에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면, 반드시 포장해서 갖다 드린다. 중국 오나라 사람 육적(陸績)의 행적 따라.

육적이 초대를 받아 간 집에서, 어머니 좋아하는 귤을 대접받았다. 그런데 주인 잠시 자리 비운 틈에, 귤 품에 숨기고 주인에게는 맛있게 먹은 것처럼 둘러댔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품 안의 귤이 바닥으로 쏟아져 나뒹굴었다. 놀란 주인이 그 이유 듣고 감동하여, 귤을 따로 육적에게 주어 효도를 하게 했다는 이야기.

이에 질세라 조선의 문장가 박인로(朴仁老)는, 조홍시가(早紅柿歌)로 화답했다.

“쟁반 위 홍시가 참 먹음직합니다. 귤이 아니라도 품어가서 부모님 드렸으면 하지만, 반겨주실 부모님 안 계시니 그것이 슬플 따름입니다”.

못다 한 불효에 대한 절절한 후회가, 비수처럼 가슴을 찌르는 풍수지탄(風樹之嘆)의 절창(絶唱)이다.

그나저나, 전쟁과 기후위기등으로 세상이 뒤숭숭한데, 4월 총선 앞둔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추락하는 서민경제와 저출산의 인구절벽, 노골적인 북한의 도발, 도를 넘은 민심의 분열 등 헤쳐나가야 할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그런데도 공정과 상식 앞세우던 대통령 행방 묘연(杳然)하고, 여·야, 제3지대 신당들의 이전투구와 이합집산이 목불인견이다.

제발 나라의 지도자들이, 더 나은 민생을 위하여 복무하는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기를. 그리하여 국민 모두 무탈하게 한 세상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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