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실의 삼균배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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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 논설위원

지난 연말, 올 연초 제주경제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경제지표들이 발표됐다. 


2022년(잠정) 제주지역 1인당 개인소득은 2151만원으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전국 평균의 74.3%로 다른 지방 국민이 100원을 벌 때 도민들은 75원만 벌고 있다. 2022년(잠정) 지역내총생산은 4.6% 성장했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의 기저효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주지역 관광산업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전국 1위를 기록했지만, 대부분 영세업체로 부가가치액은 전국 최하위이다.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바가지 물가 논란이 재확산되고 있으며 저가 관광, 불친절, 중화권 위주 외국인 관광 등 고질적 관광산업 병폐가 심화하고 있다. 제주지역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경영악화가 날로 심화하고 있다. 


올해도 불투명하다. 도내 자영업자 대출 비중은 17.1%로 충청북도(17.6%)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도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실물경기 회복 지연, 고금리 지속으로 연체가 급증하고 있다.


고금리, 경기 악화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제주가 높은 수준이다. 특히 고령층, 저소득층 등 취약 차주(借主)들의 채무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지역 대출 총액이 4년 만에 40조 원 턱밑에 이르렀다. 


제주지역 제조업체 65%가 내수 부진으로 2023년 영업실적 목표에 미달했다. 지속적인 내수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제주지역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줄어드는 세수와 긴축재정, 이로 인한 내수 부족 등 각종 소비지표가 모두 마이너스이다. 게다가 늘어나는 미분양 주택 때문에 건설경기가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위축됨에 따라 제주경제 회복이 감감한 상황이다. 지자체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예산 60% 상반기 조기 집행은 물론이고 민생 회복에서부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실현 가능한 장단기 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마침 선거철이라 후보마다 고민한 흔적이 있는 세심한 정책들이 쏟아져 온다. 이 대목에서 제주 근대 경제 형성에 큰 역할을 한 기업가 청암(晴岩) 박종실(朴宗實)의‘삼균배지론’이 목매게 그리운 건 어떤 연유일까? 


제주에 근대적 경영기법을 최초로 도입한 박종실은 현금, 상품, 부동산 삼분법으로 나누어 투자하여 위험을 줄이고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는 삼균배지론(三均配之論)을 실천했다. 


이는 전형적인 위험 분산, 즉 포트폴리오(portfolio) 투자라 할 수 있다. 정책 수립에도 삼균배지론 같은 위험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 미래산업, 신성장동력산업, 우주산업 등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함과 같이 전통산업, 기반 산업, 제주형 제조업 등의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와 지원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경제영토 확장도 중요하지만, 민생경제, 서민경제 안정도 시급하다.


특례, 특별, 특구 유치 등으로 모든 걸 한방에 만회하겠다는 전략은 위험 요소가 많다. 기반 조성, 생태계 조성, 인력양성부터 차근차근 내실화하여 제주경제 자생력을 키우고 지역 주도, 도민 주도의 내생적 경제성장 토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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