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다치면 왜 위험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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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우리 몸에서 목은 머리와 몸통을 이어주는 연결 부분으로 중요한 기관들이 지나는 중요한 길목이 된다. 과거에 반역자나 연쇄살인범 등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는 제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심마니가 있어 한 칼에 목을 베었으며 프랑스 대혁명 후에는 공개처형으로 단두대에서 목을 자르기도 하였다. 최근까지 사형제도가 존속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교수형으로 죄수의 생명을 영구적으로 박탈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의 목을 자르거나 매다는 행위는 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확실하게 생명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오랫동안 시행되어 왔다. 실제로 외상을 당하는 경우에도 같은 정도의 심한 손상이라 하더라도 목 부위가 머리 혹은 가슴 등의 생명에 직결된 다른 부위에 비해 훨씬 사망률이 높다. 이러한 결과는 목을 통해 지나가는 우리 몸의 해부학적 구조에 기인한 것이다. 목에서 찾을 수 있는 중요 구조물을 보면 앞쪽에서부터 숨을 쉬는 기도, 음식물을 삼키는 식도, 심장에서 머리로 혈액을 보내주는 목동맥, 머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돌려주는 목정맥, 목척추와 척수신경, 팔로 가는 팔신경얼기 등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목척추가 부러지면서 척수신경의 손상이 있으면 사자마비가 올 수 있으므로 목척추 손상이 의심되면 사고현장에서부터 목척추 보호대를 우선적으로 착용하게 된다. 흔히 접하고 익숙한 상식적인 것 이외에 더 중요한 문제는 생명유지에 직결된 중요한 해부학적 구조물들이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몰려있어 하나의 해부학적 구조가 손상을 받게 되면 정상적인 인접한 다른 장기들까지 곧바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상으로 인해 목혈관이 파열된 경우 혈종이 생기면서 급속하게 부풀어 오르게 되고 좁은 공간 안에서 혈종이 점점 커지게 되면 바로 옆에 붙어있는 손상 받지 않은 기도를 압박하여 호흡부전이 발생하게 되는 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초기에 적절한 처치 혹은 응급수술이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경과하게 되면 기도압박으로 인한 호흡부전 상황에서 정상적인 해부학적인 구조가 변형되어 일반적으로 시행되던 기도확보 등의 기본적인 응급처치조차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갑자기 사망하거나 겨우 생명을 건진다 하더라도 저산소성 뇌손상에 의해 식물인간 상태로까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의 손상은 크게 관통상과 둔상으로 나눌 수 있는데, 관통상의 경우 목이 노출된 부위에서 주로 발견되며 특히 혈관손상이 의심되는 경우 즉시 응급수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신속한 검사와 더불어 목절개를 통한 혈관결찰술, 혈관봉합술, 혈관문합술 등의 술기가 바로 시행되어야만 한다. 목을 다친 후 상처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활동성 출혈이 있는 경우, 목에 생긴 혈종에서 맥박이 느껴지거나 혈종이 급속하게 커지는 경우, 목의 상처를 통해 공기가 새어나오는 경우, 목이 부풀어 오르면서 피부밑 기종이 만져지는 경우,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쉰 목소리가 나는 경우, 의식이 없거나 점점 의식이 처지는 경우 등의 여러 가지 위험한 징후가 나타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므로 일단 상처부위를 잘 압박한 다음 바로 중증외상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이차적인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주의해야할 점은 출혈이 심하다고 놀라서 목을 양쪽에서 조르면서 강하게 압박하게 되면 지혈도 효과적으로 되지 않고 오히려 기도를 압박하여 질식에 의한 호흡부전을 초래하고 머리로 가는 혈류를 방해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하게 되므로 상처부위를 정확하게 압박해야만 한다. 목을 관통상 부위가 외부에 노출된 부위가 아닌 머리 쪽에 가까운 경우나 가슴 쪽에 가까운 경우는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영상인터벤션, 신경외과 혹은 심장혈관외과 전문의가 필요하며 노출된 부위의 손상이라 하더라도 혈관손상이 있으면서 동시에 기도, 식도, 신경 등의 주변구조물들의 손상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다발성 손상에 대한 치료경험이 풍부한 외상전문의들로 구성된 외상팀에 의해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의 둔상은 비교적 드물지만 손상에 의한 변화가 겉으로 잘 나타나지 않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기도의 폐쇄가 점점 진행되어 갑자기 호흡부전이 발생할 때까지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목을 부딪쳐서 사고가 난 경우 관통상과 마찬가지로 혈관 혹은 기도, 식도, 신경 등의 손상을 암시하는 위험한 징후들이 있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즉각적인 응급처치를 시행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을 만졌을 때 후두부의 골절 혹은 변형이 있거나 목이 부으면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등의 호흡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주저 없이 기도확보와 인공호흡기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목의 둔상은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기도폐쇄 등의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는 발견이 힘들고 호흡부전이 발생하면 목 전체가 심하게 부어 있어 처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손상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사고기전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가능한 합병증을 미리 예상하고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이나 사고현장에서 목의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 청진이나 촉진 등의 이학적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보다는 목 상처부위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위험한 징후를 빨리 확인하고 상처부위에 대한 올바른 지혈과 같은 즉각적인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응급처치가 끝난 후에는 다양한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최종치료까지 가능한 외상전문센터로 빨리 이송해야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생명을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후유장애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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