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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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 논설위원

요즘은 노인정보다 파크골프장에 노인들이 더 모여서 파크골프장을 더 만드는 추세라고 한다. 노년의 운동을 정책이 받쳐주니 참 좋은 일이다.


노년의 심경은 쓸쓸하기 쉬워 셰익스피어도 ‘저물어 가는 날의 남은 햇살, 떨어지다 남은 나뭇잎 몇 개가 바람에 흔들리는 겨울나무, 새들이 노래하다 떠난 찬송가대, 바람에 잠시 빛나는 타다 남은 잉걸불’ 등에 비유했다. 그리고 ‘그 남은 빛을 아끼고, 몇 송이 남지 않은 여린 꽃처럼 사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젊은 시절에는 노년이 먼 훗날 일로 여겨지지만, 한 권의 책처럼 인생도 끝을 향하고, 생명의 나무에 달리는 숱한 잎사귀들은 떨어지도록 마련되었다. 


흔히 상실의 시기라면서 노년에는 화양연화 즉 ‘꽃같이 빛나던 한 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햇살이 눈부셨던 시절’은 이미 사라진 과거로 여긴다. 


그러나 바다 위에 부서지는 빛은 도시도 밝히고, 경쾌하게 달리는 자전거처럼 진행되는 생명의 마당에 있는 동안은 아름다운 날들일 것이다. 


한 때 시선을 끌었던 인터넷 동영상에 백삼 세를 맞은 여인의 생일잔치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은 축하 음악이 연주되자 들었던 지팡이를 놓고 꼿꼿한 몸매로 유연하게 춤을 추었다. 또한 몸 상태가 시원치 않은 노인들에게 몇 개월 동안 날마다 일정 시간 춤을 추게 하니 기억력과 원기가 좋아졌다고. 춤은 마음을 밝게 하고, 균형 능력을 향상시키니 이점이 크며, 지역 사회의 춤 수업은 노년의 사회 활동 유지를 도와준다.


음악의 치유력도 막강해서 노래를 부르면 언어와 운동,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활성화되고, 손상된 뇌의 복구에도 도움이 된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정서가 안정되고 스트레스는 감소하여 혈압과 심혈관 건강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몇십 년 전인지 상해의 한 공원에 갔다가 놀랐던 기억이 있다. 넓은 공원이 넘치도록 모여든 노인들은 길게 이어지는 복도처럼 지붕을 덮은 실내 같은 길에서 갖가지 오락을 즐기고 있었다. 모여서 합창하고, 악기 연주와 게임을 하는 노인들, 또 다른 곳에서는 춤과 체조 등 다양한 활동이 벌어져 공원은 활기로 가득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빈곤하고 자살도 많다고 하는데, 앞으로 노인을 배려하는 제도는 자리를 잡으면서 더 향상될 것으로 믿는다. 또 죽음을 대비하는 노년에는 자기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떤 문화권에 사람들은 예로부터 죽는 것을 미지의 바다로 뛰어 내리는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이승의 삶이 끝나는 절벽에서 한 사람이 그 아래 넘실거리는 깊은 바다로 뛰어내리려고 자세를 취한 오래된 그림이 바위에 남아있다.


노인이라고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미지의 세계로 상상력을 확장해 보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 언젠가 올 그 날을 대비하며 춤과 노래로 몸과 마음을 다듬으며 가다가, 이 때다 싶으면 미련 없이 미지의 세계로 뛰어내리는 것을 그려본다든가.  


요양병원 쇠 침대에 갇혀서 기저귀를 갈아주는 손에 몸을 맡긴 채 죽음을 기다리는 날들은 줄이고, 대신 유쾌한 날들을 늘리고 싶다면, 기억할 것은 노년에도 다양한 활동에 춤과 노래가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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