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을 높이는 일대일 대응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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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학교 교수 경영정보학과/논설위원

사람이 태어나면 부모는 자식에게 맨 먼저 이름을 지어준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므로 정부는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생년월일로 주민등록번호를 만든다. 학교에서 받는 학번, 군대에서 받는 군번은 모두 특정인을 지칭하기 위해 임의로 부여하는 단 1개의 숫자이다. 버스 번호는 특정 노선을 가리킨다. 토지는 지번이 있고, 도로명 주소에는 건물 번호가 있다. 특정 대상에 대해 일대일로 숫자를 대응시키면 구별이 된다. 컴퓨터에 코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사는 집이 단독주택이면 1, 연립주택이면 2, 아파트면 3으로 코딩한다. 특정 대상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숫자를 중복해서 입력하면 컴퓨터는 분석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멈춘다. 중복되는 숫자들 때문에 컴퓨터가 이건지 저건지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대일 대응은 상호 충돌을 없애기 때문에 매우 이상적인 규칙이다.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할 때에 일대일 대응의 원칙을 지키면 편리하다. 


민법에서는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 당사자 사이에 권리 관계가 형성된다. 즉, 계약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해 권리를 갖지만, 상대방에게 이행해야 할 의무도 또한 갖는다. 주택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집주인은 임차인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임차인에게 집을 비워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임차인은 집주인에게 돈을 지불할 의무가 있지만, 그와 동시에 집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 권리와 의무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항상 같이 붙어 다닌다. 인공지능 기술이 단 몇 초 만에 그림을 그리고 신문기사와 사업제안서를 쓰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 미국, 호주, 유럽 모두 인공지능 기술에게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기술에게 의무를 부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를 만든 인공지능 기술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은 창작자가 될 수 없고 저작권을 가질 수 없으면서 산업재산권도 가질 수 없다. 권리를 갖고 책임을 지는 주체는 인공지능 기술을 만든 사람이나 회사, 또는 인공지능 기술 이용자가 될 뿐이다. 


한글의 우수성으로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은 지난 15년간 지속해서 떨어졌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글이 너무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뜻글자인 한자와 달리 소리글자인 한글은 자음과 모음만 알면 못 읽는 글자가 없다. 학생들이 독서보다는 휴대폰 영상에 익숙하다. 휴대폰의 영상에는 글보다는 이미지가 많다.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그림을 그렸다. 이 작품은 기호와 의미가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모순을 그려냈다. 말로 표현되지 못하는 언어의 한계는 세상을 이해하는 한계를 만든다. 


건축법에서 건축은 신축, 증축, 개축, 재축, 이전 행위로 나뉜다. 건물의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 포치는 전혀 다른 공간을 일컫는다. 건축물의 건폐율과 용적률에 따라 천양지차로 건물 모양이 달라진다. 법과 상거래에서 추상적인 계약 내용을 글로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한자 어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글 전용 세대에게 글의 의미를 풍성하게 파악하는 기초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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