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둘레길과 이어진 숲길 산책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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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민머르오름(서귀포시 중문동)

제주 전역에 산재한 360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름들. 제아무리 키 작은 오름이라도 자신만의 봉우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봉우리가 없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오름이 있다. 바로 서귀포시 중문동 중산간에 자리한 민머르오름. 


민머르의 ‘민’은 민둥산의 ‘민’처럼 ‘꾸밈새나 덧붙은 것이 없음, 가지고 있지 않음, 없음’을 뜻하고 ‘머르(모르)’는 ‘등성이가 있는 산이나 고개의 꼭대기’를 뜻한다. 즉 민머르오름은 ‘봉우리가 없는 등성이’ 쯤으로 해석된다.


민머르오름은 원추형오름으로, 표고는 882.7m, 비고는 82m다. 오름은 1100도로, 영실입구 교차로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넓게 앉아 있다.


정류장 맞은편에 버섯 재배사(한라산버섯재배연구소)가 있는데, 이 재배사 때문에 마치 베일에 가려진 듯 탐방객들의 발길이 뜸한 오름이다.


민머르의 들머리에 버섯재배사가 있어 우선 이 시설의 정문을 통과해야 한다. 재배사 지킴이에게 잠깐 지나갔다 오겠노라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문을 통과한 후 표고목 단지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조성된 길을 따라 걷는다. 인위적인 매트 등은 전혀 없다. 오죽 탐방객이 없었으면 그 흔한 방향 표시 리본(시그널)도 찾기 힘들다.


정상까지 가는 도중에 곳곳에 갈림길이 등장한다. 잘못 들어설 경우 엉뚱한 곳으로 가는 수가 있다. 몇 차례 이 오름을 방문했던 필자도 간혹 다른 길을 갔다가 되돌아오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출발지에서 정상까지는 약 1㎞. 


정상 주변은 온통 어른 허리 높이의 조릿대가 가득하다. 그리고 높은 철탑과 이동통신 기지국 시설만 있을 뿐 한 사람이 편히 앉아 쉴만한 공간조차 없다. 역시 조망권도 없다. 이 오름의 백미는 정상까지 걷는 과정이다. 


우선 큰 경사가 없어 체력 부담이 없다. 한적한 숲길을 산책하는 기분이 너무 좋다. 아무런 인공시설 없이 바닥 층은 조릿대가 차지하고, 굴거리나무 등 온갖 잡목 숲 사이로 산책로를 걷는 그윽한 맛이 일품이다.


봄과 여름에는 푸른 신록이, 가을에는 알록달록 옷을 갈아 입은 단풍이 탐방로를 수놓는다. 겨울에는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하게 남아 제멋대로 뻗은 나뭇가지들이 마치 판타지 영화의 배경과 같은 느낌을 준다. 거기에 하얀 눈까지 쌓이면 더할 나위 없는 명품 숲길이다.


정상에서 백(Back) 코스가 아닌 직진. 조릿대 사이로 큰 비가 내렸을 때 물이 흐르면서 생긴 길을 따라 출발점 맞은편으로 하산하다보면 한라산 둘레길과 만난다. 서귀포휴양림 인근서 영실 버스정류장 앞에 이르는 한라산둘레길 돌오름길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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