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값 고공행진, 농가 안심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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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편집국 부국장 겸 서귀포 지사장

겨울을 대표하는 과일을 꼽는다면 단연코 ‘감귤’이다. 다른 과일과 비교해 값이 싸고 야외에서 껍질을 벗겨먹기 쉽기에 서민들이 즐겨찾는다.


겨울을 맞은 제주의 과수원집 아이들은 주전부리로 매일 감귤을 먹으며 자랐다. 온가족이 방 안에 둘러앉아 양푼 가득 담긴 감귤을 까먹다 보면 어느새 손톱은 노랗게 물들었다. 용돈이 없었고 지금처럼 상점도 많지 않았기에 어린 아이들에게 과자류는 귀했다.


어릴적 연을 날리던 보리밭, 고구마를 심었던 밭에 감귤나무가 심어졌고, 세월이 더 흘러서는 감귤밭에 하우스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노지 감귤에 이어 하우스 감귤이 생산되고 만감류 재배가 확대되면서 감귤은 제주를 먹여살리는 대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제주에서 재배하는 감귤은 크게 온주밀감과 만감류로 나뉜다. 비중은 온주밀감 80%, 만감류 20%다. 제주의 온주밀감은 1911년 프랑스 출신 신부이자 식물학자인 에밀 타케 신부가 일본에서 ‘미장온주’ 묘목 14그루를 받아 서귀포시 서홍동에 심은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고정삼 전 제주대 교수가 2007년 펴낸 ‘제주감귤’에 ‘제주에 유배 온 박영효가 1907년 제주시 구남동에 1년간 살며 귤을 심어 농사지었다고 전해진다’는 내용이 있다. 김태윤 한의학 박사는 최근 펴낸 ‘박람귤기’를 통해 박영효가 심은 귤은 ‘온주밀감’이 아닌 다른 품종일 것으로 보는 견해가 아직은 다수 의견이라고 밝히고 있다.


감귤은 19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재배가 확대됐는데 당시 생산량이 적어 매우 귀한 대접을 받았다. 감귤나무 두 그루만 있으면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어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노지 감귤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감귤출하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9대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2023년산 노지 감귤 평균가(5㎏ 기준)는 1만1877원으로 2022년산 9015원 대비 32%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3일까지 누계 평균 가격은 1만6900원으로 2022년산 1만600원 대비 59% 오르는 등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1997년 가격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가다.


2023년산 노지 감귤은 2022년산 42만8977t 대비 2577t(1%) 감소한 42만6400t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과, 단감, 딸기 등 다른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당분간 감귤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설 명절(2월 10일)까지 고려하면 감귤 가격은 지금보다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지 감귤에 이어 만감류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일조량이 좋아 전반적으로 당도가 높고, 산도가 적당해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9대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한라봉 평균가(3㎏ 기준)는 1만6676원으로 2022년 12월 평균 1만3295원 대비 22.6% 뛰었다. 레드향과 천혜향 가격도 각각 1년 전보다 30% 넘게 올랐다.


2023년산 감귤이 당도가 높아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시장은 냉혹하다. 맛에 이상이 있거나 부패과가 1개라도 나올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4일 서울가락시장에서 경매된 노지 감귤(5㎏ 기준) 최저가는 3000원이다. 이날 최고가(4만100원)의 10%에도 미치지 못 하는 가격이 매겨졌다.


소비자로부터 꾸준히 지금과 같은 가격으로 선택받기 위해 품질 선별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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