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용'과 함께 제주서 힘찬 도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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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 용연, 용머리, 용눈이오름...제주 곳곳에 용과 관련된 명소 분포
제주시 용담동 해안에 자리한 '용두암'(고봉수 기자)
제주시 용담동 해안에 자리한 '용두암'(고봉수 기자)

용(龍)은 십이지 가운데 다섯 번째에 해당하며, 수신, 벽사, 권력, 호국을 상징한다. 우리 조상들은 용을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상서롭게 여겼다.

2024년은 ‘청룡의 해’다. 청룡(靑龍)은 동쪽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만물이 근원인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의 성격이 강하다.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청룡의 신성한 기운을 듬뿍 받아 제주가 활기차게 비상하기를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상상의 동물인 용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신비로운 짐승으로 알려져 왔다. 동양에서는 기린, 봉황, 거북과 함께 상서로운 사령으로 여겨진다.

우리 민속에서 용은 비와 물을 상징하며 수신(水神), 우신(雨神) 등으로 나타난다. 조상들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용에게 비를 빌었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용에게 풍어와 안녕을 빌었다.

용은 열두 띠 동물 중 지명으로 가장 많이 쓰인 동물이기도 하다.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고시 지명 약 10만개 중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은 4109개(4.1%)다. 이 중 용과 관련된 지명이 10261개로 가장 많다.

제주 관광지를 대표하는 ‘용두암(龍頭岩)’을 비롯해 ‘용연(龍淵)’, ‘용머리해안’ 등 지형 형태에서 유래한 용 지명 등이 많다.

제주의 오름 중 하나인 ‘용눈이오름’도 오름의 형세가 누워있는 용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방산과 용머리.
산방산과 용머리.

▲상상 속의 영물=용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상상력을 토대로 우리의 머릿속에 형상화됐다.

중국 위나라 때 장읍이 쓴 ‘광아(廣雅’라는 책에는 용의 모습을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손바닥은 호랑이를 닮았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몸에는 81개의 비늘이 있고, 목소리는 구리쟁반을 울리는 소리와 같으며, 입 주위에는 두 개의 긴 수염이 있고, 턱 밑에는 명주(明珠)가 있고, 목 아래에는 거꾸로 박힌 비늘이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용은 인간이 그려낸 상상의 존재지만 우리네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동양권, 특히 전통적인 농경문화권인 중국에서는 용이 바다나 강, 호수 등 물속에 살며 자유자재로 구름을 모으고 비를 내리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에 상서로운 존재로 여겼다.

조선시대 한자 교습서 ‘훈몽자회’에서는 용을 ‘미르’이라 했다. 따라서 용의 우리말이 ‘미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하수를 우리말로 미르내 또는 미리내라고 하는 것은 옛사람들의 눈에는 밤하늘의 은하수가 마치 용 모습을 띈 냇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 물은 곧 생명과 직결된다. 우리민족 역시 수렵과 유목을 거쳐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용을 신성시 하게 되었으며, 용을 신적인 존재로 숭앙하게 되면서 우리 설화의 중요한 모티브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국릷민속박물관 야외 마당에 설치된 12지신 상 중 용신 조각상.
국립민속박물관 야외 마당에 설치된 12지신 상 중 용신 조각상.

​▲무속신앙(巫俗信仰) 속 용=용은 육계(陸界)를 다스리는 산신과 더불어 수계(水界)를 다스리는 수신으로 숭배하고 있다. 특히 사면이 바다와 접해 있는 제주에서 용은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따라서 무속에서는 용을 용신, 또는 용왕이라 부르며 바다 속의 용궁에서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바닷가나 큰 강가에 연해 있는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기적으로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용왕굿을 벌이고 있다.

제주시 건입동에서 전승되는 마을굿인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에도 용왕과 영등신이 오는 길을 치워 닦아 맞아들이고 기원하는 재차인 ‘요왕맞이’가 있다.

 

▲용과 관련된 명소

용두암은 제주국제공항과 가장 가까운 관광지로 해외 여행자나 단체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다. 용이 포요하며 바다에서 솟구쳐 오르는 형상을 따 용두암이라 이름 지어졌다. 전설에 의하면 인근 계곡 용연에서 살던 용이 승천하려다가 돌로 굳어졌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용담동 바다 깊은 곳에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천년이란 세월을 이겨내 승천하던 날 이무기는 그만 한라산 신이 쏜 화살에 맞아 다시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바다에 떨어지던 용은 차마 죽지 못하고 머리를 바다 위로 치켜들어 포효를 하다 바위가 되고 말았다.

용연은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계곡의 물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자연적으로 조성됐다.

용연은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아 이곳에 살고 있는 용이 승천해 비를 내리게 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크게 가물어 관에서 몇 번 기우제를 지내도 비는 오지 않았다. 이때 무근성에 살던 유명한 고씨 심방이 책임지고 비를 내리게 하겠다며 기우제를 지내자 비가 내렸다. 그로부터 기우제에 효험이 있다는 장소로 알려지면서 가물 적마다 여기에서 기우제를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서귀포 산방산 해안에 자리 잡은 용머리해안. 수천 만 년 동안 층층이 쌓인 암벽으로 이루어진 용머리 해안은 서귀포에서도 손에 꼽히는 자연명소이다. 좁은 통로를 따라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면 용머리를 닮은 돌이 있는 용머리해안을 볼 수 있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용머리해안에도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온다.

용머리의 기세는 제주에 천하를 호령할 제왕이 태어날 기운을 갖고 있었다. 중국의 진시황제는 이를 알아채고 풍수사 호종단을 보내 이런 맥을 끊어 놓고 오라고 제주도에 보낸다. 이에 호종단은 제주의 구좌읍 종달리로 들어와 지형지세를 보니 과연 왕이 날 지세라 여겨 제주의 지맥 혈을 찾아 끊기 시작했다. 호종단이 용머리에 닿았는데 막 바다로 뻗어 나가려는 용의 머리를 보고 그는 칼로 용의 꼬리를 먼저 자르고, 얼른 용의 등으로 올라타 잔 등을 칼로 쳤다. 그리고 더 앞으로 달려 용의 머리를 끊으려는 순간 시뻘건 피가 솟으며 산방산이 울음을 토했고 여러날 동안 천둥과 번개가 쳤다고 한다. 용머리의 맥이 끊긴 이후 제주에 큰 인물이 나오지 않게 됐다고 한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도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옛날 이 마을의 한 부잣집에 시주를 구하는 스님에게 시주 대신 쇠똥을 준 부자가 스님의 지시대로 자기 조상의 묘 앞에 망두석을 세우려고 땅을 파자 물이 솟아나 내를 이루고 산이 용의 머리로 변했다. 마을 이름이 용 용(龍)자, 물 수(水)자를 따 용수리로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여기에서 유래됐다.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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