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공평과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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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새해가 목전이다. 2024년 새해는 1년이 366일로 하루가 더 많은 윤년의 해다. 해를 거듭할수록 빨라지는 시간의 체감속도에 대한 야속함 때문일까. 하루라도 더 있는 한 해라는 것에 이번 새해맞이는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중학교 시절 가까이 지내던 친구 중 하나가 생일이 2월 29일이다. 생일이 4년에 한 번씩이라며 투덜거리던 그 친구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연락이 닿지는 않지만, 지금쯤이면 그 친구는 양력 생일이 4년에 한 번씩 돌아온 덕에 그만큼 나이를 덜 먹어 좋다며 싱글벙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것은 윤년 말고도 또 있다. 총선이다. 오는 새해에는 우리나라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4월 10일에 예정되어 있다. 정해진 타임라인에 따라 지난 12일에는 예비 후보자들이 등록을 마치고 줄줄이 출마 선언을 했다. 정치인들의 출마 변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 중에 ‘공정’이라는 단어가 있다. 공정(equity)은 비단 정치와 정책뿐만 아니라 직장과 학교 등 우리의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MZ 세대들 역시 공정성을 중시한다고 하니, 공정은 세대를 불문한 현재 대한민국의 중요한 화두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공정이라는 가치는 자주 공평(equality)과 혼동된다. 하지만 분명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또한 구별되는 개념인 만큼 분별 있게 사용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공평은 이해하기 쉽다. 공평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고른 상태로 산술적인 평균을 떠올리면 크게 의미가 다르지 않다. 판단이 개입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공정은 공평함에 ‘올바름’이라는 판단이 관여하는 개념이다. 올바름이란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는 마이클 샌델 교수가 본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말한 정의(justice)와 결을 같이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공평이 산술평균이라면, 공정은 산술평균이 아니라 ‘올바름’을 염두에 두어 가중치를 부여한 일종의 가중평균일 수 있다.


이렇듯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공평과 공정은 뒤섞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더욱 헛헛함을 느끼는 것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공정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불공정한 공평을 들이미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분배에 있어 공정은 가진 사람의 입장이 아닌 나눔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키 차이가 있는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의자를 하나씩 나누어 주는 것은 공평에 지나지 않는다. 키 작은 학생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키가 큰 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의자를 나누어 주어야 비로소 공정한 분배가 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서울대학교 후기 졸업식 축사에서 최재천 교수는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닙니다. 재력, 권력, 매력을 가진 자는 함부로 공정을 말하면 안 됩니다.” 라고 졸업생들에게 속 깊고 따듯한 공정을 부탁했다. 


해가 바뀌고 시간은 흘러 4월 10일 결정의 순간은 또 올 것이다. 어느 후보자가 당선되든지 간에 당선인은 공정을 가장한 공평이 아니라 진정으로 올바른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래서 공정의 온기로 인해 더욱 따듯한 사회가 되도록 애써주시길 나 역시 기대하고 당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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