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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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미 문화부장

최근 제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진로 활동의 일환으로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소위 전문가와 만남의 자리가 마련됐다.


사회복지사, 바리스타, 중등교사, 유치원 교사, 의사, 변호사, 회계사, 시민사회단체 직원, 음악가, 연극인 등 분야별 직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달 전 ‘기자’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이 있다며 시간을 할애해 달라는 담당교사의 연락을 받고, ‘기자가 되고 싶다고? 요즘 같은 시기에?’라는 놀라움과 함께 필자 역시 오랜 시간 신문사를 떠났다 다시 돌아와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남짓이라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한두 명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교실로 들어서는데, 이미 교실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기자는 신문, 잡지, 방송 등에 실을 기사를 취재해 쓰거나 편집하는 사람이다. 


연봉은 주요 언론사의 경우 상황이 조금 나을지 모르지만, 지역 언론사는 대동소이하다. 박봉이라고 보면 된다. 


기삿거리는 휴일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모든 것을 ‘사명감’으로 하는 직업이다. 


무엇보다 꾸준히 기사를 써야 하고, 세상에 대해 궁금함이 많아야 한다. 부조리함에 대해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개선을 위해 여론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열악한 직업이지만 유일하게 가진 게 있다면 누구에게나 질문할 수 있는 권리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였다.


이어 학생들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을 받으며, 오히려 학생들은 기자를 과연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기자는 글을 잘 써야 하나요?”에 대한 질문에는 “잘 써야 한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는 있겠지만, 기자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매일 기삿거리를 찾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기삿거리는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에는 “어디서든 찾아야 한다. 사람과 자연에 관한 관심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대학의 신문방송학과, 언론홍보학과, 국어국문학과, 사회학과, 정치외교학과, 행정학과, 경제학과 등을 진학하면 기자가 되기에 적합한가요”라는 질문에는 “정답은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기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 세상 모든 일에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에서 기자로 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에는 조금 망설였지만 “제주도를 애증한다”고 말했다. 


한 시간의 만남을 마무리하며 남은 고등학교 생활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사족을 붙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나갈 똑똑한 학생들에게 말이다. 


제주의 소중한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담아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학생들이 사회로 진출해 기자가 되려고 할 때 제주의 언론은 자랑스러운 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로 가서 기자가 되기보다는 제주에서 제주의 속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제주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제주 기자’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누구에게 잘하라고 할 수도 없다. 근무 여건 개선도 현재 제주 기자들이 해야 할 몫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부터 자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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