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의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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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지정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 지리와 정치를 합해 지정학(地政學·Geo-politics)이라 부르는 것인데, 정치·경제·군사의 여러 관점을 반영하는 지리학이라서 지정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단순한 지리학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그 나라의 면적은 어떠한지, 기후는 어떻고 인구는 어떠한지, 교통이나 식량생산은 어떠한지 정도를 말하게 된다. 그런데 지정학에서는 관심의 방향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

중국은 많은 나라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국방비가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은 북으로는 캐나다, 남으로는 멕시코와만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들과 대립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미국 자신을 지키는 데에는 많은 국방비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대서양과는 거리가 멀고 태평양과도 막혀 있는 셈인데, 미국은 동편으로는 대서양 그리고 서편으로는 태평양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해상무역이나 군사적 관점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유리한 입장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여러 분야를 반영하는 지정학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미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주로 미국 쪽에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설득력있는 반론을 펴는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20세기 초부터 서구 중심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들의 세계 전략을 위해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정학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침략과 지배에 필요한 자료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지정학이 생겨난 셈이다.

그러니까 지정학은 크고 강한 나라의 입장에서 세계사의 미래를 바라보려고 한다. 그런데 성경적인 미래 예측은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베들레헴 마굿간에 탄생하신 나사렛 예수의 미래는 어떻게 됐는가?” 성탄절에 관련된 미래 예측은 그런 방향에서 설정되는 셈이다. 지정학은 세계사의 크고 강한 흐름을 따라서 그 나름의 주장을 해왔다. 그런데 다가오는 성탄절의 이야기는 세상의 큰 흐름에 쫓겨 다니던 이름없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들이다.

세계사의 흐름이 혼란스러워진 만큼, 미국의 지정학이나 러시아의 지정학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세계적인 지정학자로 알려진 사람들이 미국에도 있고 러시아에도 있다. 조지 프리드먼이 미국의 지정학자라면, 알렉산드르 두긴은 푸틴의 스승 역할을 했다는 러시아의 지정학자이다.

한때 많은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지정학은 헐리우드를 스쳐가는 영화처럼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시들해져가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지정학자는 최고 권력의 마음 밖으로 내쳐져서 그런 것인지, 얼마 전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딸을 잃었다고 한다.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고 나면, 그들의 지정학적 관심도 이전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크고 강한 곳으로부터 바라보는 지정학이 아닌, 낮은 곳에서 쫓겨다니는 생명과 진실을 주인공으로 의식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정학, 성탄절의 지정학을 기대하는 것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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