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중산간 깊은 곳에 앉아 있는 괴오름.
괴오름은 북돌아진오름과 산자락이 맞닿아 있고, 인근에 폭낭오름이 있다. 이 세 오름이 마치 형제처럼 사이좋게 모여 있다.
오름의 모양새가 괴(고양이의 옛말)와 비슷하다고 하여 ‘괴오름’이라고 불리며, 이를 한자로 묘악(猫岳), 혹은 고미악(古尾岳)이라고 한다. 어떤 지도에는 이 오름을 ‘동물오름’으로 표기하고 있다.
표고 653m, 비고 103m에다 북쪽으로 굼부리가 터 진 말굽형오름이다. 어디를 봐서 고양이를 연상했는지 모르지만 선인들의 혜안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괴오름을 가기 위해서는 우선 새별오름 맞은편, 평화로 건너편 삼리공동목장 주변 등 적당한 곳에 주차한다.
주차 후 바로 눈앞에 보이는 북돌아진오름을 향해 목장을 가로질러 20분 정도 걸으면 오름 기슭.
목장과 오름 사이 경계 철조망이 둘러져 있는며, 좌우를 유심히 살펴보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곳이 몇 곳 있다.
철조망 경계를 넘어서면 북돌아진오름으로 향하는 탐방로가 눈에 들어온다, 목재테크나 타이어매트, 친환경야자수매트 등이 설치된 탐방로가 아닌 먼저 다녀간 오르미들의 발자국 흔적이다.
기왕 이곳까지 왔으니, 북돌아진오름을 먼저 오른 후 괴오름으로 향하길 권장한다. 오름 정상부위에 뚝하고 튀어나온 커다란 바위를 ‘북(鼓)으로 비유, 오름 산체에 북이 매달렸다고 해서 북도라진오름(도라진=매달린의 제주어)이라는 재치있는 이름이 부여됐다.
북돌아진 정상에서 새별오름의 맞은편, 한라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내리막길. 북돌아진과 괴오름의 접점이다.
이 곳에서 괴오름 정상까지도 먼저 다녀간 이들의 흔적이 뚜렷해 어렵지 않게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접점부위와 산체 남쪽 비탈에는1960년대 녹화사업 당시 식재된 삼나무숲이 울창하다.
정상까지는 때죽나무와 붉가시나무 등 자연리미 울창하다.
이리 저리 제멋대로 휘어진 나무들 사이로 몸을 움직이고, 키 작은 나뭇가지를 피해 머리를 숙이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과정이 정식 탐방로를 걷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과 멋이 있다.
정상까지는 20분 안팎. 10년 전 쯤만해도 정상부에 20여명은 충분히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나 지금은 세 명이 앉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온갖 잡목이 정상을 점령한 상태.
나뭇가지 사이로 한라산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조망만으로 만족.
북돌아진오름처럼 특이한 산체도 아니고, 뛰어난 절경도 없어서 괴오름을 찾는 탐방객은 많지 않은 듯하다.
사람들의 관심과 발걸음이 멀어진다고 섭섭해 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원시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괴오름이다.
조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