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성향과 디드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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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논설위원

디드로효과(Diderot effect)란 어떤 제품을 소유하게 되면 그 제품과 관련된 다른 제품들까지 그 제품에 맞춰서 갖추려고 하는 경향을 일컫는 용어이다. 하나의 제품을 구매하고 나면 그 제품과 어울릴 만한 제품을 계속 구매하게 되어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디드로 통일성 혹은 제품 간 연결성이라고도 한다. 디드로효과는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가 「나의 오래된 가운을 버림으로 인한 후회」라는 수필에서 기술한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디드로는 어느 날 친구로부터 고급실내복을 선물로 받고 매우 기뻐했다. 이 고급실내복을 입고 서재를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서재에 있는 모든 물건이 촌스럽게 느껴졌다. 낡은 가구는 스타일도 제각각이고 엉성한 바느질 땀이 보이는 양탄자, 실들이 낡아 보푸라기가 보이는 장식품 등 고급실내복과 어울리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디드로는 새 실내복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낡은 물건들을 하나씩 새로운 물건들로 모두 바꿨다. 책상에 앉아서 서재를 둘러보던 디드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재가 전과는 다르게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고급실내복 하나 때문에 심리적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아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었지만, 디드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약 200년 후 소비패턴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디드로 이야기에 착안해서 디드로효과의 개념을 소개하였다. 


디드로효과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가의 비싼 손목시계를 선물 받게 되면 이 시계를 차고 다니기 위해 그 시계에 어울리는 양복, 셔츠, 허리띠, 신발, 넥타이, 지갑을 비싼 제품으로 바꾸게 된다. 안경까지 고급스러운 제품으로 바꾸고, 식사도 고급 식당에서 하게 된다. 


고급 아파트로 이사 갈 때는 그 아파트에 어울리도록 가전제품도 새로 구매하고 실내장식 공사도 새로 한다. 고급 아파트에 사는데 아무렇게나 입고 다닐 수 없어 그 아파트에 어울릴만한 옷과 구두와 양말을 새로 구매한다. 새로운 가구를 구매한 후에는 그 가구와 어울리지 않는 소품들이 눈에 띄게 되면, 새로 산 가구와 어울리는 소품들을 새로 구매하게 된다. 새로운 차를 구매한 후에는 그 차와 어울리는 차량용품이나 액세서리, 장식 아이템 등을 구매하게 된다. 이렇게 소비가 점점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디드로효과는 제품이 어떻게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특정 제품으로 자신을 나타내고 동일시하고자 하는 욕구로 제품의 성능이나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그 제품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고 그 제품과 어울리는 제품의 추가 구매로 이어지게 된다. 


기업은 디드로효과를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제품을 판매하거나 브랜드 충성심을 도모할 수 있다. 관련 제품 묶음 패키지, 새로운 제품과 어울리는 액세서리 판매 등의 전략은 디드로효과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새로운 제품을 구매한 후, 그 제품과 어울리는 다른 제품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면 관련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혹시 디드로효과에 지배당하고 있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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