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어렵다는데 ‘업무추진비’는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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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편집국 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이 편성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가 한창이다.

제주도는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주요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세입이 줄어들어 살림살이가 매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보조금을 받아 사업을 해 온 각종 기관·단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농협 조합장들은 지난 28일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을 만나 농업·농촌 분야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반 가정에서 가장의 수입이 줄면 반찬 가짓수가 줄어든다. 매일 아침마다 받아먹던 우유를 끊고 외식도 줄인다.

그런데 제주도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들여다보니 식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도지사 업무추진비는 올해 예산에서 한 푼도 깎이지 않았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달 16일 제주도의 업무추진비(2022년 8월 1일~올해 7월 31일)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각종 꼼수를 동원, 주머니 속 ‘쌈짓돈’처럼 허술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가 지금까지 해명 또는 반박 자료를 내지 않은 점에 미뤄 제주참여환경연대의 주장은 상당 부분 맞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참여연대가 밝힌 제주도의 업무추진비 분석 내역을 보면 ‘쪼개기’식 집행이 심각했다.

‘건당 50만원 이상 집행한 경우 상대방의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해해야 한다’는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 때문에 집행 대상에 대한 정보를 밝히지 않기 위해 유사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집행한 업무추진비를 같은 부서가 분할해 결제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제주도지사는 지난해 12월 21일 고향사랑기부제 간담회 명목으로 서울에 있는 모 한우 전문 음식점에서 47만원을 결제했는데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서울본부(현 중앙협력본부)도 고향사랑기부제 행사 간담회 명목으로 21만원을 집행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방만하고 각종 규정을 위반한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해명과 함께 업무추진비 예산 편성 비율을 낮춰 낭비성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주도교육감의 업무추진비 쓰임 내역도 도지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제주도교육청이 공개한 교육감 업무추진비 내역을 보면 도교육감은 지난해 10월 25일 모 한정식집에서 제주형 미래교육 업무협의회 회의 명목으로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식사를 하며 28만9000원을 결제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38분 뒤 비서실장이 교육 현안 청취 및 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협의회 명목으로 23만8000원을 카드로 긁었다.

교육 현안에 대한 학부모, 관계자 간담회 등으로 교육감을 대신해 비서실장이 참석, 교육감 업무추진비를 쓴 사례가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제주도교육비특별회계 세출 예산에 편성된 교육감 업무추진비도 감액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연일 업무 외 시간까지 몸을 혹사시키며 사람들을 만나는 도지사, 도교육감의 건강이 걱정된다’라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업무추진비 편성과 집행에 있어 제주도의회도 달라져야 한다. 도의회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교섭단체 대표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의회운영 업무추진비 총액은 2억8960만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1600만원 늘었다.

도민의 혈세에서 나오는 업무추진비가 제멋대로 방만하게 쓰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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