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을 찾아온 50대 여성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생님, 삶의 의미를 모르겠어요. 왜 살아야 하나 회의감만 들어요.” 그녀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대학을 나오고,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자기 긍정감이 낮았다. 그녀는 타인을 위한 인생과 누군가에게 강요된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 그대로의 인생을 “이걸로 됐어”라고 수긍하지 못하면 타인의 가치관이나 기준에 의해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자기 긍정감을 형성하는 핵심이다.
현대 시대에 삶의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이제까지 믿었던 행복의 기준이 그 누구에게는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이야기로 살아가야 한다. 타인의 잘나가는 삶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때 가장 경계해야 할 형상 중 하나는 “그래서 난 안돼”라는 생각이다. 이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해서 꿈꾸던 대학에 들어갔어요. 그곳에 가면 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학에는 뛰어난 사람이 많았지요. 부족한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페르소나(가면)를 쓰며 살았어요” 도달한 목표가 아무리 높다 해도 “그래서 난 안돼”라는 결론에 이르는 해석은 병적인 증상이다.
필자는 50대 여성을 통해 “그래서 난 안돼”라는 질병을 소개해 본다. 인생이라는 이야기에는 사건과 해석이 존재한다. ‘목표로 했던 학교, 희망했던 회사에 들어갔으며 큰 성과를 냈다.’ 이 부분은 사건에 해당하며 사건들은 해석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
아무리 멋진 사건도 해석이 부정적이면 가치는 떨어진다. 더 나은 방향을 목표로 하여 발휘되는 노력은 그 자체로 칭찬받을 만하다. 이제 소중한 인생의 이야기를 비참하게 만들어 버리는 사고를 그만두어야 한다.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난 안돼”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이 질병의 악순환 구조이다. 수많은 질병과 마찬가지로 이 질병의 첫 번째는 확인하는 것이다.
실패했을 때나 일이 잘되지 않을 때 자신의 사고를 주의 깊게 관찰해 보자. “그래서 난 안돼”라는 부정적인 사고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이 질병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결점·약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타인의 힘을 빌려 자신의 결점을 수용하는 것이다. 결점도 자신의 일부분으로 수용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을 늘려나가면서 실패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금세 회복할 수 있다.
필자는 명확한 답이 내려지지 않는 지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약한 사람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짜 자신의 거짓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자신을 “이대로 괜찮아”라고 긍정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앞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인생을 지탱할 유연함과 강인함이 생겨난다. 이 여성에게 자신의 기준에 기반하여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