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자연미 간직...모습 드러내지 않는 보물같은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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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이돈이오름(안덕면 광평리)
안덕면 광평리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돈이오름
안덕면 광평리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돈이오름

이돈이오름.
제주 360여 개의 오름들은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있으며, 각 이름마다 ‘오름 이름 닮다’라고 느껴지고 친숙한데, 유독 ‘이돈이’라는 명칭만큼은 낯설다.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돈이오름은 표고 663.2m, 비고 68m로 그리 높지 않고, 서쪽으로 굼부리가 벌어진 말굽형 오름이다.낯선 명칭만큼 ‘이돈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전해지는 설(說)은 없다.
이돈이오름 주변에는 북돌아진오름, 폭낭오름, 빈네오름, 서영아리오름, 마보기오름 등 여러 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웃한 오름에 비해 접근이 쉽지 않아서 인지, 부끄러운 새색시처럼 그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듯하다.
게다가 이돈이오름 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섰는데 이 골프장이 확장되면서 이돈이의 삼면을 에워싸고 있어, 접근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돈이를 찾기 위해 우선 먼저 다녀간 이들이 남긴 인터넷 기록과 지도 등을 잘 살핀 후 안덕면 광평리에서 이돈이오름 방향으로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곳까지 진입한 후 주차. 
이후 GPS를 보면서 이돈이 탐방에 나섰다.
다른 오름들처럼 주변 주차장이나 뚜렷이 정해진 탐방로는 없다. 
목장지를 건너고, 목장과 목장의 경계용 삼나무 숲을 지나니 성인키 높이의 무성한 억새밭. 
억새밭 속에서 GPS를 보면서 무작정 산체로 진입하니 운 좋게도 굵은 로프가 눈에 들어왔다.
이 밧줄이 정상까지 이어진 줄 알았는데 근처에 있는 묘지로 안내하는 용도였다. 아마 벌초 때 산소를 쉽게 찾기 위한 것 같다. 이 묘지를 지나 무작정 정상으로 직진.
인공적으로 식재한 편백나무와 소나무 숲이 이돈이오름을 덮고 있다.
먼저 다녀간 이들이 매어 놓은 그 흔한 리본 리본하나 없고, 발자국 흔적도 찾기 어렵다. 
중간지점에 커다란 무덤이 또 보인다. 묘비에는 이 오름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 산담을 넘어 비석을 유심히 살폈다.
비석 옆면, 묘의 위치를 표시하는 부분에 한자(漢子)로 ‘二敦岳(이돈악)’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무덤을 뒤로하고 또 무작정 오르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부근에는 편백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고, 햇빛 한줄기 들어올 틈 없이 무성한 편백 숲 때문에 바닥에는 그 흔한 잡초 한 뿌리도 없고, 떨어진 나뭇가지와 잎이 오랜 세월 속 부서지고 썩으며 흙으로 변해 바닥이 폭신폭신해 한 걸음 한 걸음이 편안하다.
걷다보니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이곳이 정상! 
조망권도 없고, 오르는 과정상 탐방의 묘미도 크지 않아 다소 실망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나의 오름 탐방 목록에 ‘이돈이’가 추가됐다. 또한 깊은 산속에 숨어 있어 찾는 이 없는 이돈이를 직접 체험한 것이, 마치 남들은 알지 못하는 숨겨진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찾는 이도 없고, 찾기도 힘든 이돈이오름. 이 때문에 원시 그대로의 자연미를 간직하고 있다.
조문욱 기자

이돈이오름 숲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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