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영업 다중채무자 3만명 '빚내서 빚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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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숙 의원, 한국은행 받은 자료...제주 다중채무 3.4만명, 총 14.6조원
코로나19와 고금리 여파 은행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 한계 봉착
양 의원 "자영업자 감내할 수 있는 빚 규모 파악해 대책 수립해야"
제주시지역 점포에 내걸린 임대 문의.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제주시지역 점포에 내걸린 임대 문의.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제주지역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가 3만명을 넘어섰고, 1인당 4억원이 넘는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양경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다중채무를 진 도내 자영업자는 3만4000여 명에 대출금은 총 14조6000억원이다.

다중채무자는 금융기관과 대출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다.

도내 자영업자들은 여러 금융기관과 대출상품을 통해 1인당 평균 4억2700만원의 빚을 졌다.

제주지역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2020년 2만2000여 명·9조7000원, 2021년 2만5000여 명·11조2000억원, 지난해 3만1000여 명·12조7000억원 등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올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작년 8월까지 2년8개월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와 최근 고금리·고물가 속 경기 불황을 은행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결국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서 빚을 갚았지만, 다중채무자로 전락해 더 이상 돌려막기 대출조차 어려워졌다.

제주시 이도2동에서 식당을 하다 최근 가게 문을 닫은 김모씨는 “은행에서 5000만원 대출을 받지 못해 이자가 더 높은 제2금융권에 갔지만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식재료값은 크게 올랐는 데 손님은 줄면서 장사를 접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대출로 버텨냈던 도내 자영업자들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제주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금액은 올해 9월 현재 1228건·23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의 폐업과 휴업이 잇따르면서 제주신용보증재단의 보증으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사고액은 올해 9월까지 392억원에 이른다.

양경숙 의원 “빚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현재 극한에 내몰렸다”면서 “금융권은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감안해 이자 경감방안을 내놓고, 정부는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의 채무상환 능력과 이들이 감내할 수 있는 빚의 규모를 파악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에 따르면 2021년 사업체 총조사 기준 도내 전체 사업장은 9만6000개로, 종업원 5명 미만 사업장은 87.8%(8만4000개)를 차지, 자영업자들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업장 현황을 보면 숙박·음식업(24.4%)과 도·소매업(22.7%)이 약 절반을 차지해 경기 침체 장기화와 매출 감소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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