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심월성(雲心月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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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고인이 되신 서예가 석암(石庵) 김관옥 선생이 내게 써주신 운심월성(雲心月性)을 내 서재 정류헌(情流軒)에 걸어놓고 매일 보고 배운다. ‘구름 같은 마음(雲心)과 달 같은 성품(月性)’ 구름처럼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깨끗한 마음과 달 같이 채우면 비우는 성품이니 나 같은 속인이 꿈꾸기엔 아직 멀지만 매일 보며 닮으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가까이 가게 되리라 믿으며 이 글을 쓴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시인 맹호연(孟浩然)이 쓴 시구 野客雲作心(야객운작심) 高僧月爲性(고승월위성)에 나오는 말로 나그네는 구름을 마음으로 삼고 (구름처럼 얽매이지 않는 마음을 갖고) 고승은 달을 성품으로 삼는다 (달처럼 비우는 성품을 갖는다)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유독 월성(月性)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운다. 달은 보름간 채우고 보름간 비운다. 채우려 하는 인간의 욕심은 누구나 갖는 것이지만 비우는 어려움을 강조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채워가는 상현 반달보다 비워가는 하현 반달이 가슴에 와 안긴다.

“석암 선생 내게 써주신/운심월성(雲心月性) 매일 본다/구름처럼 얽매이지 않고/달처럼 차면 비우는/오늘은/절반을 비운/하현 반달 안겨 온다//목월(木月)이 노래한/구름에 달 가듯이/그 옛날 맹호연과/어쩜 그리 통했을까/나그네/종점을 알고 가는/절반 비운 반달처럼”//. 필자의 졸시 ‘반달’을 옮겨 봤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 중 대부분이 돌아갈 때 빈손으로 가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끔 평생을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사회로 되돌리는 분들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하다. 이들은 달처럼 비우고 절로 빛난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꼴보기 싫은 정치인들도 있으나 아름다운 사랑을 베푸는 사람도 있어 균형을 유지하나 보다.

나의 서재 정류헌(情流軒) 당호는 석암 선생 아드님인 목민(牧民) 김경국 서예가가 써 준 것을 목각하여 걸어 놓고 있으니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한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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