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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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어스름이 짙은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보행자도로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고, 곁에는 경찰이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지 통화 중이다. 내 짐작대로라면 부상자는 보행자도로에서 발을 헛디뎌 쓰러진 게 분명하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우연하게도 내가 사고가 났던 바로 그곳이다.

도로변 보행자도로는 걷기에 불편하다. 차량 진입 때문에 보도의 기울기가 잦다. 몇 m마다 주택과 밭의 진입로가 있어 보행자도로가 마치 요철 같다. 이러다 보니 어르신들이 경사도가 잦은 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차도를 걷고 있는 것이다.

차도만 걷는 어르신이 있어 보행자도로를 이용하시라고 했더니, 보도는 걷기 불편하다며, 극구 차도 보행을 고집했었다. 그때는 안전한 보행자도로가 왜 불편한지 의아해만 했지, 이유는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어르신의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묻어두어 버렸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어르신이 왜 불편하다고 했었는지 알 것 같다.

내가 그랬다. 늦은 시간 보행자도로를 따라 운동하다 그만 발목을 접질렸다. 보행자도로의 기울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진 것이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며칠 고생하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했다. 오늘 낙상자만해도 그렇다. 이곳은 가로등도 없어 무심히 걷다가는 넘어지기 십상이다. 아마도 이분은 부상이 심했던지 119에 도움을 요청한 것 같다.

며칠 전에도 차량 통행이 혼잡한 도로에서 어르신 한 분이 마트 수레를 밀며 차도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조마조마한 가슴 쓸어내리며 보행자도로를 보니 이곳 또한 보도 기울기가 잦다. 그러니 보행 약자들이 멀쩡한 보행자도로를 두고 위험한 차도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라 도로변 주택가의 보도는 보행자전용도로이다 보니 자전거도 차도를 이용해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방해되기도 한다.

도로변 주택가를 벗어나면 차도와 보도의 편차 없이 연석과 화단으로만 구분 지어 놨다. 도로변 주택가의 보행자도로가 차도와 편차를 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보행자도로는 누구나 이용하기 편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보행자도로가 오히려 취약한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면, 이 구조 또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오늘도 멀리서 보행 보조기를 밀며 차도를 이용하고 있는 어르신이 보인다. 운전이 서툰 나는 잠시 다른 도로를 이용할까, 고민했다. 아무튼 차도에 차가 아닌 자전거나 사람이 이용할 때는 긴장하게 된다.

보행자도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보행자의 편의와 안전을 우선으로 설계되고 시설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기울기 없는 보행자도로가 보행자의 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말이다.

차도와 보행자도로의 편차를 없애고 보행자와 차량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게 연석이나 화단으로 경계를 분리한다면 차도를 이용하는 보행 약자는 덜하지 않을까 싶다. 보행자의 접근성을 고려한 보도 설계가 교통안전사고를 줄이고 더 나은 도로 교통문화를 이루는 길은 아닐는지.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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