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8주년] 기록하고 보여주다…세대의 연결고리,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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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공감-사진예술의 세계

디지털 카메라와 시가 만나 '디카시'로 진화

QR코드 저장…두고두고 행복했던 추억 소환

'디지털 유목민'들 사이에 필름 카메라도 인기
이창훈 작 '해녀'
이창훈 작 '해녀'

카메라의 탄생과 함께 현실의 재현 또는 반영으로 시작한 결과물인 ‘사진’은 작가의 철학과 가치관을 빛을 통해 담아내는 예술 장르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다양한 기술환경의 변화로 인해 누구라도 쉽게 사진예술 창작기회를 갖게 되면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예술로서 사진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의 문제와 함께 어떤 예술분화로 진화할 것인가의 문제다.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대와 기술을 잇는 매체로서의 사진 예술을 조명해본다. 융합 예술의 축으로 사진 예술의 새로운 지향점을 모색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디카시의 등장과 시의 대중화

“사진은 왜 찍으세요?”

“사기(詐欺)나 치려고요”

“네?”

“지인에게 보내 여기 오게 만들려고요”

“……”

정진용 시인의 디카시집 ‘그럼에도 사랑합니다’에 담긴 작품 ‘내게 사진은 사기(詐欺)다’의 전문이다. 사진은 월출산 베틀굴이다.

정 시인은 “사진을 보는 사람이 와서 보고 싶도록 좋은 모습을 담고 싶다”며 “사진과 풍경이 너무도 달라 속았다고 생각할지라도 실제로 와서 본다면 성공한 사진이고, 성공한 사기라고 생각한다. 시인을 보는 모습 또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정 시인은 시집으로 ‘여전히 안녕하신지요’, ‘버릴 게 없어 버릴 것만 남았다’를 펴냈고, 공저로는 ‘모두가 환한 꽃이다’, ‘식은 커피’ 등을 발간한 중견 시인이다.

필름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카메라 등 매체의 변화에 따라 사진 예술의 분야도 다양해졌다. 사진 예술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예술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예술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위치에 접근하기 어려운 예술이기도 하다.

‘디카시’는 글과 사진 예술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며 2000년대 초반 등장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결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디카시는 사진과 함께 5행 이내로 쓰는 시의 형태다. 짧은 시어 속에 작가의 시상을 담아낸다. 최근에는 사진과 시뿐만 아니라 여기에 자막을 처리하고, 배경 음악을 넣은 영상 형태로도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필수 도구가 되면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고, 사진 속에 글자를 넣어 감성의 전달력을 높이고자 탄생한 것이 ‘디카시’의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가 대다수다.

디카시는 SNS와의 교집합도 크다. 사진, 영상과 짧은 글에 익숙한 세대의 취향에도 맞다. 시인들이 디카시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대공감이다.

▲MZ 세대의 자기표현, 즉석 사진과 QR영상 공유

대학생 고유나씨(20)는 2학기 개강에 맞춰 학과 사람들과 셀프 사진인화 스튜디오로 향했다. 최근 열린 학교 축제에서도 이곳을 찾았다.

학교에는 포토부스가 새롭게 설치됐다. 사진의 프레임으로 학교 로고가 제공되고, 개강이나 축제를 기념하기 위한 서비스 프레임도 별도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만나면 습관처럼 포토부스를 찾아 그날의 기억을 일기처럼 남기고 있다. 어떤 날은 즐거운 기억을 남기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힘든 일상을 담아내기도 한다.

친구들끼리 포토부스에 들어가면 손 하트를 하기도 하고, 즐거운 포즈를 연구하기도 한다. 학과 사람들과 사진을 찍을 때는 과 특유의 자세로 소속감을 높이기도 한다.

셀프 사진인화 스튜디오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인원수에 맞게 출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사진을 찍는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24시간 동안 내려받을 수 있도록 QR코드가 제공되기 때문에,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도 남는다. 즉석 사진인화 스튜디오의 장점은 사진은 잃어버리거나 구겨질 수 있는데, QR코드로 저장해두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SNS 등 온라인에 게시하거나, 휴대폰 갤러리에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영상은 타임랩스처럼 빠른 영상 서비스로도 제공되면서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에 공유해 사진 찍는 순간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그날의 일상을 추억하기도 한다.

고씨는 “아주 어린시절 증조할아버지께서 사진을 찍고 출력해서 보여주셨던 기억이 있다. 오래된 앨범에 있는 사진이 그렇다”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쌓아두기만 했었는데, 즉석 사진이긴 하지만 한 장의 사진으로 하루가 남고, 사람들이 남고, 추억이 남는 경험을 하는 뭔가 오래된 듯한 감성이 좋다”고 말했다.

▲디지털 유목민 Z 세대가 주목하는 필름 카메라

필름카레마로 촬영한 필름로그 제주점 모습.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필름로그 제주점 모습.

특별한 날에는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인화돼 앨범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도 담기고, 세월을 입는 부모님의 모습도 담겼다.

어느 순간 사진은 인화의 대상이 아닌, 스마트폰 속의 갤러리가 전부였다. 점차 촬영한 날짜별로, 위치별로 분류도 자동으로 이뤄지고 얼굴 인식을 통한 서비스도 제공됐지만, 사진 특유의 감성은 길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MZ 세대, 특히 ‘디지털 유목민’으로 불리는 Z 세대가 사진을 주목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런 Z세대의 특성에 따라 자기표현의 장으로 선택받은 SNS는 특히 이미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크다.

사진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사진뿐만 아니라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필름 카메라다.

부모 세대가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를 다시 꺼내 본다던가, 필름을 구매할 방법을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그렇다.

이러한 세대의 욕구를 반영해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필름 현상소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필름 자판기에서 구입한 업사이클 카메라로 촬영한 후 자판기에 설치된 필름박스에 넣으면 무료로 현상스캔을 해주는 곳이다. 현상된 필름을 ‘한 롤 단위로’ 자신의 계정에 업로드하면 날짜별로, 필름 종류별로 아카이브가 이뤄져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다.

백경민 필름로그 대표는 “고객은 필름을 경험한 적 없는 20~30대가 대부분”이라며 “필름 사진은 카메라의 종류, 필름의 종류, 현상소의 작업이라는 3가지 요소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획일적인 디지털 사진의 결과물에서 벗어나 나만의 개성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과거에는 많은 사람이 ‘잘 찍은 사진’을 향해 필름을 공부하고 노력했다면, 지금 세대는 재미있게 필름을 즐기는 것에 목적이 더 큰 것 같다. 그리고 필름로그의 ‘한롤앨범’이나 ‘한롤페이퍼’처럼 새로운 방식으로 필름 사진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며 “10년 후에도 누군가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싶을 때 그 사진을 완성해줄 수 있는 역할을 지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기록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세대의 연결고리, 사진

이창훈 작 해녀
이창훈 작 해녀

이창훈 제주사진작가협회 회장은 “인스타그램의 하루 업로드 사진 분량은 1억장 이상이다. 이제 사진은 어려운 분야가 아니고 쉽게 접근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분야”라며 “문화예술 향유라는 접근성 차원에서도 스스로 작가가 될 수도, 관람객이 될 수도 있는 가장 가까운 예술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한 장의 사진을 보며 많은 사람의 감상과 의견이 보태져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욱 활발하게 마련된다면 세대공감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 장의 해녀 사진에서 제주문화의 현주소를 생각해 본다. 제주 어머니의 삶과 앞으로 제주의 미래를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카시의 확산에서부터 즉석 사진과 필름 사진 등 세대와 세대의 연결고리는 ‘사진’이다.

세대와 기술을 잇는 매체로서의 사진 예술을 조명해본다면 ‘세대공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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