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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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양은 냄비 안에서 팔팔 끓던 뽀글뽀글 파머머리처럼 생긴 면과 빨간 국물의 조화는 어릴 적 내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환상이었다.

대학시절 고향에서 생활비가 올라오면 우선 라면 한 박스를 구입해 쟁여뒀다가 밥하기 싫거나 반찬이 없을 때면 주식으로 먹기도 했다.

우리 일상생활 속 깊이 자리 잡은 라면에 대한 나만의 추억은 아닐 듯싶다.

▲우리나라에 라면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3년이다. 

삼양식품의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회장이 선보인 10원짜리 ‘삼양라면’이었다. 

전 회장은 1960년대 초 남대문시장을 지나다가 서민들이 미군부대 음식 찌꺼기로 만든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식량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 라면 제조기술과 라면 제조기 2대를 들여와 삼양라면을 10원에 내놨다. 

처음 삼양라면은 닭 육수를 바탕으로 한 하얀 국물이었지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제안으로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해 지금의 얼큰하고 매운 빨간 국물의 라면이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80년대 한국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라면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농심과 팔도, 오뚜기 등의 식품회사가 라면시장에 뛰어들면서 그야말로 황금기를 구가하게 된다.

1989년 ‘공업용 우지 파동’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인체에 무해하다고 판명되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라면은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을 계속했고, 우리나라 1인당 라면 연간 소비량은 70개 이상이 될 정도다.

▲6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라면은 전 세계에 ‘K-라면’ 열풍을 일으킬 만큼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 라면을 포함한 즉석 면류 수출액은 8억62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해외 공장을 통해 생산된 라면까지 포함하면 10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라면은 값싸게 든든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량이자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격동의 현대사와 함께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라면.

오늘도 봉지를 뜯어 양은냄비에 파마머리 면과 빨간 스프를 넣고 한 끼를 해결하며 행복을 느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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