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행복’의 비밀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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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처서를 지나며 불어오는 바람결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끼던 출근길이었다. 여름내 묵직하고 텁텁하던 공기의 질감과는 확연히 구별된 제법 살랑이기까지 하던 피부에 닿는 촉감은, 오랜만에 내린 단비로 한결 짙어진 녹음의 싱그러움과 함께 출근길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캠퍼스에 닿을 때까지 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 행복한 찰나에 고개 들어 빗방울을 머금어 더욱 푸르른 후박나무, 먼나무와 돈나무 같은 가로수와 저 멀리 한라산을 보노라니 불현듯 잊혀진 즐거운 기억이 떠올랐다.

빼곡한 학원 스케줄을 가진 요즘 초등학생과는 달리 하교 후 자유로웠던 필자는 만화영화를 보며 저녁을 먹기 전까지는 보통 친구들과 동네에서 놀거나 PC게임을 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지금은 컴퓨터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PC의 A 드라이브에 플로피 디스크를 꽂고 페르시아 왕자, 팩맨 등 도스 기반 게임을 하던 여느 날이었다. 아버지가 씨디롬(CD-ROM)에 담긴 새 게임을 선물해 주셨다. 그날 경험한 시에라 사의 ‘잃어버린 숲속의 비밀을 찾아서(Lost Secret of the Rainforest)’ 게임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주인공이 친환경 생태학자 아버지와 함께 비즈니스 여행에 동행하다 그만 홀로 깊은 숲속으로 납치되며 벌어지는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었는데, 난생처음 접한 고품질 그래픽으로 구현된 화면 속의 때 묻지 않은 숲속 배경은 신비롭고 황홀하기까지 했다. 

배경 음악도 적당히 중독성 있게 훌륭했다. 생각해보면 최근 들어서야 위기로 인식하는 기후변화, 환경오염과 지속적인 발전 등 절대 가볍지 않은 주제를 염두에 둔 선견지명이 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풍부한 음향과 시각적인 즐거움으로 내게 몰입의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 유쾌한 게임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 상쾌했던 출근길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과연 우리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 가만히 보면 우리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이유로 행복을 느낀다. 또 물건보다는 경험을 소유할 때 더욱 행복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굳이 코넬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Glovich와 심리학자 Boven의 연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물질을 소비할 때의 만족이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지만, 경험으로 인해 즐겁고 유쾌한 감정은 상대적으로 오래 남던 기억 한두 가지씩은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경험으로 인한 긍정적인 감정도 영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소소하더라도 잦은 경험을 통해 뿌듯하고, 유쾌하고, 즐겁고 기쁜 정서를 갱신해야 한다. 이렇게 긍정적인 감정들이 축적 될 때 우리는 행복해진다.

가끔 전공이 뭐냐고 물어 대답할 일이 있다. 먹고 노는 재미있는 전공을 해 좋겠다는 답이 보통은 돌아온다. 

굳이 정정하진 않지만, 앞으로 한 가지 추가는 해야겠다. 필자가 공부하는 분야인 호텔·외식·관광·레저산업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고 행복을 주는 웰빙(well-being)의 중요한 분야라고 말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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