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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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준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인공지능공학과/논설위원

혹시 ‘3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축하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Stay hungry, Stay foolish(항상 갈구하라, 항상 우직하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연설(Speech)을 잘 하기로 유명한 그는 그 유명한 축하 연설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오늘 저는 여러분에게 내 인생에서 일어났던 3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딱 3가지입니다”라고….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3가지를 강조한 것을 보면, 그는 연설에서의 3의 법칙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연설에서의 3의 법칙이란 연설을 듣는 청중은 한 번에 3가지 정도의 정보만 머릿속에 기억할 수 있다는 법칙이다.

좀 더 잘 알려진 또 다른 ‘3의 법칙’도 있다. 이것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3명이 되면 다른 사람이 그 행동에 동조하는 현상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이 법칙에 관련된 대표적인 실험 중 하나가 하늘을 쳐다보는 실험이다. 

횡단보도에서 한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쳐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고, 두 명이 하늘을 쳐다보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동시에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이 3명이 되는 순간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실험이다.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한 연설에서의 3의 법칙과 심리학 용어인 3의 법칙, 그런데 사람의 심리가 아닌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에서도 비슷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혹시 책상다리는 4개가 더 튼튼하게 무게를 받쳐주는데 카메라 삼각대의 다리는 왜 3개인지 궁금해 본 적이 있는가? 그 이유는 수학적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수학에서 1개, 2개의 점으로는 평면을 결정할 수(만들 수) 없고, 일직선 상에 존재하지 않는 3개의 점이 있어야 드디어 유일한 평면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유일한 평면을 결정한다는 것은 다른 평면은 없으므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카메라의 경우 다리가 3개인 삼각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4개의 점이 있는 경우는 어떨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평면 하나를 결정하는 데는 3개의 점이면 충분하다. 점이 4개인 경우, 한 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의 점으로 서로 다른 4개의 평면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다리가 4개인 가구들은 안전하지만 안정적이지 못하다.

다리가 4개일 때 안정적이지 못한 것은 연설에서의 3의 법칙과 그리고 최소 3개의 점이 있어야만 평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심리학의 3의 법칙과 절묘하게 유사하다. 

비단 앞서 이야기한 두 종류의 3의 법칙뿐만 아니라, 3이라는 숫자는 사람 심리와 인류의 문화 곳곳에 등장한다. 삼위일체, 삼국지, 삼단논법, 삼재(三災) 등을 포함해 숫자 3과 관련된 것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수학에서 2, 3, 5, 7, 11…과 같이 1과 자기 자신만이 약수인 수를 소수(素數, prime number)라고 하는데, 이 수의 규칙을 밝혀낼 수만 있다면 우주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있다.(리만 가설) ‘3’이라는 숫자가 갖는 특별함도 이 소수와 관련된 우주 비밀의 한 단편(斷片)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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