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시대에는 소금이 귀했다. 그래서 로마제국은 병사들에게 봉급(俸給)으로 소금을 살 수 있는 돈인 ‘살라리움(Salarium)’을 지급했다고 한다.

소금을 살 수 있는 돈이라는 뜻을 지닌 살라리움이 변해서 ‘샐러리(Salary)’가 됐다. 여기에 사람을 뜻하는 ‘맨(man)’이 붙어서 매달 혹은 매주 등 정기적으로 고정된 임금을 받는 봉급 생활자를 흔히 샐러리맨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근무, 즉 노동력을 제공하는 곳에서 그 노동의 대가로 정기적으로 받는 일정한 돈을 봉급이라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월급은 직장인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수입원이다.

지난 3월 사업주와 임금 문제로 갈등을 겪다 자신이 다니던 공업사에 불을 놓은 한 60대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 화재 때문에 공업사는 수 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 곳에 다니던 직원들도 한 순간에 직장을 잃게 됐다.

현금이나 예·적금,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이나 건물, 토지와 같은  부동산 등 별도의 재산이 없는 근로자에게 월급은 유일한 생계의 수단이자, 생명줄이다. 월급에 의존해 살아가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에게 가장이 제 때에 월급을 받지 못하는 ‘임금체불’ 사태는 한 가정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다.

통신비, 공과금, 아파트 관리비, 보험료, 자녀 학원비 등 아무리 아끼고 아껴도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할 곳이 많기 때문에 한 달 치 월급만 체불되더라도 큰 충격이고, 가족 구성원들의 피를 말리게 한다. 당장의 수입이 사라졌기 때문에 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임시방편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 체불이 몇 개월 지속된다면 피해 근로자의 가정경제는 신용불량 등 파탄에 이를 수 있다.
근로자가 열심히 일을 했지만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이 같은 상황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넘어서 심리적 좌절감과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궁극으로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임금체불 문제를 ‘경제적 살인’이라고도 한다.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들은 대부분 우울감을 느끼며 극단적 선택의 충동에 이르기까지 한다고 한다. 심하면 위의 60대처럼 자신의 사업장에 대한 방화 등 보복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연간 임금체불액은 2018년 1조6500억원에서 2022년은 1조3500억원이라고 한다. 같은 기간 임금체불로 고통을 받는 근로자들은 2018년 35만명, 2022년 24만명 정도. 근로자 1인당 체불액은 2018년 471만원에서 2022년 562만원으로 증가했다. 

외형적으로 전체 임금체불액의 규모나 피해 근로자들의 수는 줄었지만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설 명절 즈음 제주지역의 임금체불 규모는 사업장 1295곳에 피해 근로자 2496명, 금액은 147억9600만원으로 조사됐다.

임금체불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체불 사업주에게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 처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임금체불을 예방하기 위해 임금 체불 사업주에게 체불 임금에 대한 지연 이자제를 적용하고,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 각종 관급공사 참여 제한, 각종 신용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임금체불 사업주 측에서는 대수롭지 않겠지만 근로자에게는 피를 말리는 큰 고통임을 알아야 한다.

제주일보 jjnews1945@jejusin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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