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제주 흑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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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논설위원

한 때 제주는 돼지의 고장이었다. 도심지를 제외하고는 집집마다 돼지를 길렀다.

돼지를 사육하면서 좋은 점은 퇴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과 돼지의 분뇨, 그리고 보릿짚(보리낭)이 한데 어울려 퇴비가 됐다. 그래서 어떤 마을에는 퇴비를 전문적으로 수거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퇴비가 쌓이면 그 사람을 불러 일을 시키고 일당을 주는 것이다. 제주지역에서 퇴비는 보리나 기타 작물을 생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 작물이 사람이나 돼지의 소화 작용으로 또 퇴비가 된다.

또한 사람의 오줌은 상추(부루)의 천연비료가 됐다. 

자원이 선 순환되면서 버릴 것이 없던 시대였다.

▲1984년 5월에 전국소년체전이 제주에서 개최됐다.

제주 돗(돼지)과 통시(화장실)의 수난기였다.

제주도가 소년체전에 참가한 사람들의 시선을 감안해 체전에 앞서 화장실 개량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인 것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제주의 화장실과 똥돼지를 보여주기 싫은 것이다.

여러 논문을 보면 1969년 제주지역 내 전체 화장실 5만4916개의 95%인 5만2169개가 돗 통시 구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1967~1969년 3년간 분석한 가구당 평균 사육 돼지 수는 1.4마리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소년체전이 열리기 이전에도 도내에는 수많은 돗 통시가 있었던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제주흑돼지는 오랜 기간 동안 제주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해 다른 지역 돼지와는 차별화된 혈통을 갖고 있다. 그래서 2015년 3월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됐다가 2021년 11월 천연기념물로 재 지정됐다. 

제주도축산진흥원은 1986년 우도 등 도내 전 지역에서 제주 흑돼지 5마리(암컷 4·수컷 1마리)를 확보해 순수 계통 번식을 통해 증식한 후 농가에 분양한 바 있다.

이처럼 제주 흑돼지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동물이다.

그런데도 제주에서 수입 돼지고기가 제주산 흑돼지로 둔갑해 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통탄할 일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 6월 30일부터 8월 18일까지 제주산 축산물에 대한 단속을 펼친 결과 외국산 돼지고기를 제주산으로 거짓 표기한 흑돼지 전문점 2곳을 적발했다고 한다. 다른 지역도 아니고 흑돼지의 고향 제주에서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진 것은 제주산 흑돼지와 제주도민을 배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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