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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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학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논설위원

1990년대 초 새만금 간척 사업이 시작될 무렵, 사업구역에 속한 한 어촌 마을을 답사한 적이 있었다. 반농반어의 평범한 어촌 마을이었지만 집집마다 최신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영문을 캐보니 갯벌과 농지의 보상금으로 구입한 것이라 했다. 보상금이 풀리면서 씀씀이가 커졌고 생전에 누릴 수 없었던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몇 년 뒤 같은 마을을 찾아갔다. 주민들 대부분 마을을 떠나고 서너 집만이 쓸쓸하게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삶의 터전인 갯벌이 사라지게 되자 군산, 전주, 서울 등지의 도시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것이다. 그러나 도회지의 삶을 처음 접하는 대다수의 주민들은 몇 년 사이에 보상금을 날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기를 당했다거나 장사하다 망했거나 흥청망청 돈을 쓰다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씁씁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토개발 사업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새만금 간척 사업은 1996년 시화호 수질오염 사건이 터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환경단체의 간척사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연이어 나오면서 갯벌의 지니는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국 2001년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공사가 중간됐다가 2006년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면서 공사가 재개돼 2010년 방조제 축조를 완료함에 따라 여의도 면적의 140배나 되는 간척지가 확보됐다. 

대규모의 간척 사업으로 새로운 땅이 생겨났지만 주민들의 생업의 터전이자 많은 생명체의 보금자리였던 갯벌을 잃게 됐다. 장소가 사라짐에 따라 인간도 사라지고 여러 생명체도 사라졌다. 만금이 모이는 새로운 땅을 만들겠다는 욕망으로 출발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갈수록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반이 전무한 지방에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세계 잼버리대회를 유치했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실패에 대한 원인 규명과 이에 따른 책임 공방이 치열하겠지만 새만금 잼버리대회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새만금이라는 장소성이 잼버리대회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잼버리 정신은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호연지기를 기르는 데서 출발하는데 바다를 메우고 갯벌을 없애면서 만들어진 황량한 간척지에 무슨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단 말인가? 생명의 존엄과 다양성의 가치가 사라진 장소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잼버리대회를 통해서 한 몫 챙기려는 인간의 욕망이 개입되는 순간 잼버리의 순수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잼버리대회를 거치면서 새만금은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이제는 상처를 보듬어야 할 때다.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면서 자연의 품으로 새만금을 서서히 돌려줘야 한다. 대규모 간척 사업을 추진했던 많은 나라들에서 간척지를 갯벌로 다시 복원하는 작업을 장기간에 걸쳐 시행하고 있다. 간척하는 비용보다 복원하는 비용이 더 들지만 복원으로 얻는 효과는 더 크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과 다른 생명들이 유대감을 지니며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사라진 삶터를 조금씩이라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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