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울리는 크루즈선 뱃고동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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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편집국 부국장

1840년 영국 리버풀에서 대서양을 횡단했던 브리타니아호는 승객에게 신선한 우유를 제공하기 위해 젖소를 함께 태웠다.

당초 여객운송을 목적으로 한 크루즈선은 1900년대 초반 기틀이 잡혀갔다.

1958년 미국 상업용 제트기가 뉴욕을 출발, 파리까지 10시간 만에 도착했다.

더 빠른 이동수단이 나오면서 대서양 횡단 크루즈 여객은 급감했다. 크루즈 산업은 이후 ‘월드 투어’로 나서면서 여객운송에서 여행상품으로 변신을 꾀했다.

2019년 기준 대형 크루즈선은 808척, 연간 관광객 운송 실적은 2970만명에 달한다.

연중 4계절 기항이 가능했던 카리브해·버뮤다·바하마가 방문 코스로 인기였지만, 2000년대 초반 한·중·일 크루즈 노선이 열리면서 동아시아 크루즈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08년 4월 7만8000t급 초호화 크루즈선인 ‘랩소디 오브 더 시스호’가 제주를 찾았다. 제주항 개항 이래 최고 대형선박이 1909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입항하면서 제주 크루즈산업은 기지개를 켰다.

아파트 15층 높이에 길이는 300m가 넘는 국제 크루즈선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특급호텔이다.

2012년 13만7000t급 초대형 크루즈선인 ‘보이저 오브 더 시즈호’가 제주항에 입항할 때 기자단에 선박 내부가 공개됐다.

22개국, 약 3400명의 관광객과 1000여 명의 승선원이 머물고 있는 크루즈선 내부는 작은 도시나 다름 없었다.

중앙거리는 길이 183m, 4층 높이로 레스토랑과 바, 커피숍, 면세점이 즐비해 백화점을 옮겨 놓은 것 같았다.

바닷물이 채워진 실외수영장, 조깅트랙, 인공암벽 등반장, 미니골프장, 농구코트, 영화관, 나이트클럽, 아이스링크를 비롯해 카지노업장과 브로드웨이급 공연이 펼쳐지는 대극장 등 이곳에서는 부지런하지 않으면 하선하기 전까지 모든 시설을 방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당시 크루즈 전용 국제여객터미널이 없다보니 3400명의 승객들이 하선할 때 세관·검역·입국 수속에만 1시간 넘게 소요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5년 413억원을 투입해 국제여객터미널(9885㎡)을 건립했다. 2018년에는 78억원을 들여 선용품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제주에 입항한 크루즈선에 공급되는 계란과 채소, 넙치살 등 신선식품은 연간 1억6500만원에 달한다. 이를 냉동·냉장 보관할 창고와 화물 엘리베이터를 갖춘 시설이 선용품지원센터다.

2017년 3월 사드 사태 이후 6년 5개월 동안 제주에 들어오지 않았던 국제 크루즈선이 줄지어 입항한다.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한지 하루 만에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 53척이 제주도(제주항·강정항)에 기항을 신청했다.

크루즈선은 제주항 1척, 강정항 2척만 접안이 가능하다. 그만큼 제주의 항만시설은 협소하고 열악하다.

제주항에서 크루즈선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자, 기항시간이 오전과 오후로 나눴고, 체류시간은 8시간으로 제한됐다. 국제 크루즈선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수용한 셈이다.

반나절에 그친 체류시간 때문에 크루즈선을 타고 온 관광객들은 면세점과 성산일출봉 방문 코스로 제주여행을 마쳐야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40년까지 제주신항 건설이 추진 중이다.

크루즈선 뱃고동 소리가 끊기지 않으려면 제주신항은 동북아를 대표하는 ‘크루즈 허브 항만’으로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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