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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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논설실장

전 세계 154개국에서 4만3000명이 참가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파행과 굴욕 속에 지난 11일 막을 내리자 정치권의 ‘네 탓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야는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현 정부의 대통령실까지 가세했다.

새만금 잼버리가 준비 부족으로 행사 초반 ‘생존게임’이라는 비판이 거셀 정도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음에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자기반성 없이 ‘책임 떠넘기기’에 혈안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 직역하자면 ‘제 논에 물 대기’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태를 꼬집는 고사성어다.

이 말은 옛날 벼농사에서 유래됐다. 한 농부가 가뭄으로 메마른 자기 논에 물을 채워 놓자 다른 농부가 몰래 물이 채워진 남의 논둑을 허물어 제 논으로 물을 훔쳐 가는 염치없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해 행동하거나, 억지로 자기에게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궤변을 늘어놓는 처사를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다.

정치권의 새만금 잼버리 네 탓 공방이 이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 심할 정도다.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이다. 

조선의 건국 공신 정도전이 태조 이성계에게 조선 8도 사람에 대한 특징을 평가하면서 함경도 사람들을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악착같다’는 의미로 이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함경도 출신인 이성계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지자 정도전은 함경도 사람들은 돌밭을 가는 소처럼 우직한 ‘석전경우(石田耕牛)’의 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로 썰렁해진 분위기를 바꿨다는 일화도 전해 내려온다. 

이처럼 이전투구는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하고 악착같은 성격을 표현하는 말이었으나 훗날 자기 이익을 위해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을 빗대는 말로 쓰였다.

▲논어 ‘자한편’에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는 말이 있다. ‘허물을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라’는 뜻으로 ‘잘못을 했으면 곧바로 거리낌없이 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공자는 또 논어 ‘위령공편’에서 ‘과이불개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라고 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네 탓’.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자기반성 없는 책임 공방으로 국민들만 짜증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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