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뜨고 나무는 가라앉는다
돌은 뜨고 나무는 가라앉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안재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논설위원

사람들은 묵묵히 자기 자리만 지키며 사는 이를 바보라고 부른다. 그러나 張三李四(장삼이사)의 평범함이 오히려 비범한 것 같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빈천한 것이 부끄럽지만, 나라에 도가 없으면 부귀한 것이 도리어 부끄럽다고 하지 않았던가? 

온 나라가 패거리를 이루어 도둑질하고, 윗전에 아부하여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 앞다투는, 각축장이 되었다.

만천하에 비리가 밝혀졌는데도 뻔뻔하게 우긴다. 당사자는 지은 죄가 막중하니 감옥살이할 것이 두려워 끝까지 우긴다지만, 두둔하는 자는 또 뭔가? 설마 자기도 그 일에 가담했기 때문에 두둔하는 것일까? 

잘못했으면 반성하고 고치면 그만일 것을, “저들도 잘못했는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래?”라며 억지 부린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禮(예)가 아니면 보고 듣고 말하고 행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의 행간을 읽어보면, 내가 보고 듣고 말하고 행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보고 듣고 말하고 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가 아닌 환경에 처하여, 의도치 않게라도 보고 듣고 말하고 행하지도 말라는 의미이다. 예가 아닌 환경에 처하여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훈습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예를 논할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리라.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미쳐 날뛰는 세상일지라도, 기를 쓰고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은 있는 법이다. 그는 정상인인가? 미친놈인가? 

나는 스스로 狂人(미친놈)이라고 불리고 싶다. 그래서 나의 호는 狂如(광여)이다. 온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광란의 현장이지만, 홀로 광란의 장소를 벗어나, 지금까지와 같이 그대로 如如(여여)하게 살아가고자 하니, 세상이 나를 미친놈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모두가 미쳤다면 그들이 미친놈이라고 부르는 나만이 정상인이 아니겠는가?

조정에서는 명예를 다투고, 저잣거리에서는 이익을 다투듯, 교수는 연구하여 가르치는 것을 다투고, 정치인은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다투어야 하거늘, 쥐새끼가 머리를 내밀어 이쪽저쪽 살피듯, 너도나도 개인의 영달을 위해, 어느 쪽에 붙는 것이 유리할까 살피는 일에 매달린다. 그리고 그것이 정의라고 우긴다. 

그럴듯하게 꾸미지만 저들에게 정의는 없다. 단지 힘 있는 자에게 아부하며, 다투어 거짓을 말할 뿐이다.

애초에 자기들 끼리끼리만 존경하는 의원 나리가 되신 것이나, 고매하신 교수님이 되신 것은 노력하여 실력을 갖추어서가 아니다. 상전의 앞잡이로 살았기 때문이며, 현란한 말솜씨로 지식인을 가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사실 그들은 주인 될 자격이 없다. 남의 자리를 도둑질하여 도둑이 주인인 양 앉아 있을 뿐이다.

학생 때는 마냥 놀고 졸업해서는 이리저리 기웃거려 실력도 없이 남의 자리를 훔쳤으니, 그가 도둑이다.

도둑이 무리 지어 권력을 잡으면 도둑이 도리어 주인 된다. 다수의 도둑이 주인 된 사회는 도둑질이 정의이다. 

온갖 권모술수와 현란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여, 사회를 망쳤다면 반드시 그 죄를 물어야 사회가 바로 선다. “아니면 말고”가 일상화되면, 오늘이 어제 같듯, 내일도 오늘같이, 도둑들이 판치게 되리라. 누군가 그 고리를 끊어줄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