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중앙회 제주본부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 청년 농업인 아카데미 강연을 시작으로 서귀포농협, 제주시 농협 성공대학과 남원농협 직원특강을 다녀왔다. 강의를 마친 필자에게 이런 질문이 들어왔다. “세상이 보이는 심리 상담실 책에서는 ‘Trust yourself, 자신을 믿고 견디면 즐거움이 큰 성공을 만든다’인데 집필할 2편의 책에서는 어떤 미래 키워드가 있나요?”
민주화와 산업화의 귀결점이 “부자 되세요”였다. 우리 사회는 성장이라는 단어 앞에 꼭 경제를 붙이는 버릇이 있다. 사회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는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성장은 늘 정책 공약 1번을 차지했다. 그런데 앞으로의 미래는 ‘성숙사회’에 달려있다고 예측해 본다. 성숙사회는 효율성과 능력주의에 기반한 국가 주도의 성장 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사회다. 각 개인의 처지에 맞게 성장의 기회를 주는 형평성, 사회적 신뢰나 연대, 건강의 증진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생물 다양성 보존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적극적인 사회다. 아직은 경제적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고 믿는 우리의 처지에서는 당장 성숙사회로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숙사회가 성장 사회에서 짓눌려 새로운 선택지로 등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껏 하던 대로 살 수밖에 없다. 그건 정말 매력도 없고, 성장하지 않는 사회다.
최근 베스트가 된 책이 있다. 유영만 교수가 펴낸 ‘성장보다 성숙이 필요한 당신에게 끈기보다 끊기’ 책을 읽고 필자의 생각을 소개해 본다.
유영만 교수는 가장 먼저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힘들 것이라 가정하고 책을 시작한다. 이 어려움을 ‘경제 빙하기’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라가기에만 급급했던 습관을 버리고 내려가는 법을 연습해야 할 때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필자는 ‘시대와 상황이 변했다. 경제 빙하기가 오고 있는데 예전과 동일하게 경쟁을 통해 남을 밟고 올라가기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목표의 방향을 바꾸고 삶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잘 내려가는 연습을 하고 시야를 넓혀서 다른 사람도 돌아보고, 성공에 대한 기준도 바꾸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고 공존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남의 위기가 곧 나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성장이 아닌 성숙을 목표로 살아야 한다. 현재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아는 것’에 치중하는 지금의 주입식 교육 시스템을 충실히 밟는 것으로는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인재로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과거의 틀에 집착하고 있을 것인가.
앞으로 10년, 미래에는 확실히 ‘버티는 끈기보다 끊기가 필요할 때’가 올 것이다. 무의미한 일을 끊고 좋아하는 일에 끈기를 발휘해야 한다. 결국 끈기와 끊기는 반대의 의미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일단 바닥으로 내려가 지나온 시절을 정리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서로에게 따뜻한 희망의 체온을 나누며 혹한기를 극복해내는 펭귄의 연대처럼 우리도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서로를 보듬어 안아보자. 그렇게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던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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