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올 여름을 특별히 경계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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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장수복지연구원장/논설위원

교회 할머니가 하늘로 돌아가셨다. 1921년 3월에 이 땅에 오셨으니 한 세기의 삶을 완주하신 셈이다. 100년을 살아도 우리 인생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이슬처럼 순간이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발인예배에서, 팔십세 아들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눈을 감았다. 그 어머니와 삶의 고비들을 함께 지내다 어느덧 어머니를 닮아버린 딸들은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코로나만 아니면 더 사셨을 텐데…’라며 영정을 가슴에 안은 장손이 고개를 숙인다. 이만하면 호상(好喪)이 아닌가 싶은데, 현실의 장례식에선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을 읊을 수가 없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는 말은, 죽는 자의 독백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머니 생각에 목이 멨다. 이제는 교회에서 가장 연장자시다. 얼마나 외로우실까.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2일까지 폭염으로 138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중에서 18명이 사망했는데,  9명이 논일을 하던 70대 이상 노인들이다. 질병관리청은 ‘온열 사망자가 작년 6명보다 3배가량 늘었으며, 온열질환자는 29% 증가했음’을 뜨겁게 외친다. 특별히 ‘어르신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현재, 여름은 한창 바캉스 시즌이다. 

성공적인 노화를 연구하는 석세스풀 에이징 연구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무더위 사망이 전체의 45%에 달한다. 노인들은 신체가 기온 변화에 천천히 반응해 갈증반사작용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항상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몸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참고로,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어 두통·어지러움·근육경련·피로감·의식저하 등이 나타나는 급성질환이다. 심할 경우 열사병과 열 탈진에 이르러 생명이 위태롭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에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폭염을 지목한다. 

최근들어서는 태풍이나 호우보다 폭염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통계청이 2011년〜2019년 동안 집계한 폭염 사망자 수는 총 493명으로, 태풍과 호우에 의한 인명피해보다 3.6배가량 많다.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폭염을 일컬어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 부른다. 거센 비바람을 과시하는 태풍에 비해 폭염은 눈에 띄지 않으므로 무시하기 쉽다. 지난해 제주도는 9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전국대비 5.9%를 기록했다. 인구비중이 1.3%인데, 10만명당 신고환자수는 13.7명으로, 전국 최고다. 65세 이상 노년층이 27%를 차지하는데, 80세 이상이 6.4명으로 가장 많다. 곰퍼츠 법칙에 따르면 성장기가 끝난 사람은 나이를 먹을 때마다 사망 확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50세 이후에는 더 가파르게 증가해 100세까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감소 혹은 유지된다. 다만 100세 이후 생존은 이례적이라서 곰퍼츠 규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백세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보면 장수의 비결을 묻는 이들이 있다. 단적으로 말해 죽음의 고비를 넘어서면 된다. 어머니는 92세에 폐렴, 96세에 대퇴부 골절로 사경을 헤맸다. 평생을 농사와 물질로 살아오신 어머니에게 위기가 어디 이뿐이었으랴. 생명은 결국 하늘의 은혜지만 절해고도를 지켜온 제주도 어머니들에게는 제주도정의 특별한 정책이 요구된다. 늙어서보다 70세 이전에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니, 이것이 제주도민의 슬픈 현실이다. 인생은 나 홀로 걷는 길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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