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와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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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순 문학박사/논설위원

이번 7월 집중호우로 사망한 사람은 47명, 실종자 3명, 아직 귀가하지 못한 이재민 2312명이며, 주택 침수‧파손, 농경지 침수, 도로‧교량, 산사태 등 사유‧공공시설 피해 1만1428건이다. 사상 초유의 피해를 낸 집중호우는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졌고 전국적으로 비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량 15대가 지하차도에서 급속히 불어난 물에 잠기면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남겼고, 그 아픔과 안타까움은 가시지 않는다. 


사고 지하차도는 인근 논밭보다도 낮은 저지대다. 사고 4시간 30분 전에 인접한 미호강에 홍수 경보가 내려졌고, 사고 2시간 전쯤에는 홍수통제소에서 관할 구청에 시급성을 알렸다고 한다. 이처럼 충분히 대응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도로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고된 호우였던 만큼 사전에 제방 관리만 튼튼히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아니 차량 통제만 했더라면 귀중한 14명의 목숨은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참사 직후 관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재난 대응의 미흡함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는 비판 아래, 재난 대응 주무 기관들 사이에서는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참사의 원인을 찾아 앞으로의 일을 대비한다기보다 책임질 상대를 골라 공략함으로써, 자신은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보여,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병을 고치려면 먼저 아프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다음은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이와 같은 참사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정해야 한다. 경제와 문화 등 빠르게 발전하고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는 우리나라. 그에 비해 재난에 대한 대응방법, 과정 등 사회적 성숙도는 한없이 낮아 보인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고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적어도 이를 계기로 속도를 조금 낮추고, 천천히 주변을 살피고 점검하고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기상청은 이번 호우에 ‘극한호우’라는 새로운 단어를 도입했다. ‘우리가 이제껏 경험 해보지 못한,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비’라는 의미로 쓰였다. 기후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 참사를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으로 규정했다. 그들에 따르면 ‘이런 극한호우는 더 자주 내릴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에서도 ‘기후위기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국가적 기구의 설치, 기후위기로 인한 근본적 대책 수립’ 등을 강조했다.


모두 맞는 말이고 필요한 대책이다. 다만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기후위기의 원인을 알고, 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는 지구 온난화에서 왔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인지하는 것. 무분별한 개발을 멈춰야 하는 것. 그리고 친환경소비와 재활용, 재생 에너지 상용화의 적극 추진, 탄소중립 실현 등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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