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덜어내기
아쉬움 덜어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올 여름은 장마가 너무 길고 또 집중호우로 많은 아픔을 남기고 갔다. 농사를 짓는 사람도 그리고 농산물을 사먹는 사람들 모두가 장마의 상흔이 오래갈 것 같아 걱정이다. 텃밭에 심어 놓은 상추는 다 녹아버렸고 가지와 고추는 열매가 시원치가 않다. 그런데 이런 날씨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들이 있어 열매를 맺고 있으니 아마도 씨앗뿌리는 싯점이 달라서 장마를 버틸 힘이 길러진 모양이다. 우리집 마당 구석진 곳에도 다른 것 보다 일찍 싹이 난 봉선화와 붓꽃이 장마기간에 꽃이 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설푸기 짝이 없는 작은 화단이지만 아침마다 들여다보며 조금씩 변화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기쁨이고 또한 많은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힘이 되어 준다. 또한 꽃이 피면 나도모르게 미소가 저절로 나오면서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특별한 능력이 꽃에는 있다. 오늘도 오고가는 길가에 꽃들을 보면서 예전에도 여기에 지금이나 다름없이 꽃들이 있었는지 생각조차 나질 않는다. 하물며 집 마당에 있는 꽃조차도 언제 피었다가 졌는지 모르고 지날 때도 있었으니까.

요즘 나는 찬찬히 그리고 자세히 보는 훈련을 하며 많은 생각을 한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바쁘게 했던 것들을 하나씩 뽑아내면서 생각 공간에 여유가 생긴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많은 생각중에 아까운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어떻게 살아야 아쉬움을 줄일 수 있을까이다.

오늘 하루만 산다면 무엇이 가장 아쉬운지, 이것만 하고 갈께요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아마도 실제로 그 시간이 다가온다면 어떤 심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주워진 이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소비하고 싶지 않기에 조바심이 난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난다음 그때 그럴껄 하는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내가 꼭 이것만 했던 이것은 어찌보면 욕심인 것들은 아닌지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정말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나에게 남은여행기간이 얼마일지는 모르겠지만 유한한 시간임에는 틀림없기에 주어진 오늘하루에 그 염원을 조금씩 그리며 채워보고 싶다. 먼저 밖으로 향해 있었던 내 마음과 시선을 안으로 들여와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찬찬히 그리고 자세히 보며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순위를 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되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굳어진 생각의 틀에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피며 누군가가 아닌 내가 뿌듯한 하루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