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 번식의 본능을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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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국장

필자는 자주 제주시 시민복지타운을 찾아 운동을 한다.

요즘 무더위 때문인지 새벽과 야간에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그런 가운데 특이한 모습이 눈에 띄였다.

자녀들을 동반하고 산책하는 사람들보다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문득 얼마 전 한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요즘 상당수의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는 것, 대신 애완견을 기르는 것을 선호하고, 결혼 전에 아이를 낳지 않기로 약속하고 부부들도 많다”는 것이다.

“에이! 설마” 했는데, 최근 시민복지타운에서의 상황을 보면 그 지인의 말에 약간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주에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하는 통계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호남·제주지역 신혼부부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신혼부부는 2021년 11월 기준 1만5803쌍으로, 2017년 1만8546쌍에 비해 4년 사이 2743쌍(14.8%)이 줄었다.

여기서 신혼부부는 혼인신고를 한 이후 5년이 지나지 않은 부부를 말한다.

2021년 1만5803쌍의 신혼부부 중 초혼은 1만1256쌍으로 전체의 71.2%. 1만1256쌍의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부부는 4690쌍으로, 전체의 41.7%다.

초혼 신혼부부의 절반 가량이 자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의 비중은 2017년 34.7%에 비해 7%p 늘었다.

이 때문에 평균 출생아 수도 2017년 0.85명에서 2021년 0.74명으로 줄었다.

게다가 금융권 대출, 즉 은행에 빚이 있는 신혼부부(재혼 포함) 비중은 86.2%에,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5%가 1억 이상의 대출 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고, 결혼을 했어도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떠돌이 숫사자가 한 사자 무리의 우두머리를 쫓아 낸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쫓겨난 숫놈의 어린 자식들을 죽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암사자들이 저항을 하지만 물리적 힘에서 불가항력적이다. 새끼를 잃은 암사자들은 슬픔도 잠시, 금세 새 우두머리 숫놈과 사랑을 나누고 또 다른 새끼를 낳는다.

전 우두머리 숫놈의 새끼를 죽이는 숫사자나, 자기 자식을 죽인 숫놈과 사이에서 임신하는 암사자의 행동은 모두 종족번식의 본능 때문이다.

인간 역시 먼 옛날 동굴 속에서 생활하던 원시시대에는 사자 등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찾아 다니고, 사나운 짐승이나 다른 인간 무리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구성원을 늘리는 등 종족 번식의 본능에 충실했다.

하지만 교육과 학습 등 문명화 과정 속에서 인류는 종족 번식의 본능 외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난 것이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제주가 0.93명으로 역대 최저다. 기존 최저치인 지난해 1분기 1.03명보다 0.1명 하락하면서 0명대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0.78명으로 인구 소멸과 함께 ‘한국소멸’이 거론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19일 서울서 저출생 등의 문제 해법을 공유하기 위해 한·중·일 3개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1회 인구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신혼부부들이 주택 마련, 자녀 교육 등 양육 문제 등의 부담을 털어버리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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